[설에 들어 본 민심-수도권] 정치혐오증에 흔들리는 여론..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
민심은 냉랭했다. 정치가 민생고(民生苦)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지 않았다.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19대 국회의원들을 갈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그렇다고 현역을 대체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토로도 있었다.
총선을 60여일 앞둔 설 연휴 기간 국민일보 기자들이 들어본 밥상머리 민심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정치권 질타 목소리가 주류였다. 야권 신당 출현 등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대한 평가는 기대보다는 ‘자기이익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고 있다’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야당 지지자들조차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경기불황과 맞물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질타하는 여론이 영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이어지고 있어 ‘정권심판론’이 총선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감지됐다.
국민일보가 10일 들어본 수도권 지역의 민심은 여전히 흔들리는 중이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여야 대립으로 인한 ‘정치 혐오증’과 야권 분열로 인한 ‘어지럼증’이 반반 섞여 있는 듯한 반응이 많았다. “나중에 후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여야 모두 선거 직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젊은 무당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은 ‘바람’과 구도가 어느 지역보다 중요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한모(40)씨는 총선에서 찍을 후보를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씨는 “다들 공약은 그럴듯하게 들고 나오는데 실천을 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공약뿐 아니라 경력 등을 두루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방송인 박모(29·여)씨는 “사실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누구든 우리 삶이 그렇게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정치보다 팍팍한 현실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현실을 만든 이들로는 정부·여당이 지목됐다. 20대 국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대기업 위주가 아닌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답변이 다수였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서모(37)씨는 “정책을 만들고,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여당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허구한 날 야당 욕하는 것이 너무 웃긴다”고 말했다. “제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좀 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권 심판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윤모(54·여)씨는 “서민을 위한 정책은 안 하고 정부·여당이 자기들한테 필요한 것만 했다”며 “바쁜 와중에 국정교과서나 하고 시급한 문제는 뒤로하고, 자꾸 야당을 자극시켜서 다른 것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된 상황을 비판하는 등 야권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41)씨는 “야당도 만날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고, 진짜 서민들을 위해서 싸우는 거는 못 봤으니 할 말 없다”고 했다. 서울 마포에 사는 사업가 민모(54)씨는 “새누리당이 죽을 쓰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갈가리 갈리고 답답하다”고 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야권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자영업자 고모(57)씨는 “지금은 국민의당에서 안 된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인적 구성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연대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서울 구로구민 김모(31)씨는 “뭉쳐도 겨우 이길까 말까 한 상황에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라며 “기왕 이렇게 된 거 구정치 산물들을 털어내고 새 얼굴로 연대해 추진력을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문동성 최승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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