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찾아 온다더니 '백골 시신'으로..의문의 죽음

조기호 기자 2016. 2. 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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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단계 판매에 빠져 500만 원을 업체에 건넨 대학생이 그 돈을 찾겠다며 1년 전인 작년 2월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식이 끊겼다가 지난달 5일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는 자살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고 이 기막힌 상황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기호 기자가 그 행적을 되짚어 봤습니다.

<기자>

대구 팔공산 부근입니다.

대학생 최 모 씨가 목을 맨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달 5일, 택시를 타고 이곳에서 내린 걸 끝으로 자취를 감춘 지 1년이 지나서입니다.

[숨진 최 모 씨 아버지 : 여기서 (우리 아들을) 내려주고 택시는 돌아갔고요.]

[지난해 2월 통화 내용/최 씨 탑승 택시 기사 : (아드님이)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해서 '아, 좋겠네요'부터 시작해서…]

최 씨가 발견된 나무에는 아직도 밧줄 자국이 선명합니다.

[여기에 뭐가 있다고 (아들이) 목을 매겠습니까.]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정말 최 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걸까?

최 씨의 행적을 짚어봤습니다.

최 씨는 1년 전 울산 집을 떠나서 고속버스로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군대 후임의 꾐에 빠져 하루 전날 500만 원을 입금한 다단계 회사를 찾아가 돈을 돌려받겠다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대구에 도착한 최 씨는 다단계 회사와는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모텔에 혼자 투숙했습니다.

다음 날, 모텔을 나와 팔공산으로 향하는 CCTV 화면이 최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1년 뒤 시신과 함께 가방과 지갑, 신용카드도 발견됐지만, 유독 휴대전화만 사라졌습니다.

[최 씨 아버지 : 부모한테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던지 동생한테도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던지. 전화기조차도 없어졌어요.]

시신이 매달려 있던 노끈도 미스터리입니다.

최 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버스표는 물론 1, 2천 원짜리 물건도 모두 카드로 결제돼 있는데, 노끈만은 구입한 기록이 없습니다.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노끈인가요, 아니면 작정하고 사야 하는 건가요?]

[박영삼 수렵인/최 씨 시신 발견자 : 이 끈을 사려면 철물 건재상을 가야 하는데 이 근처에서는 제가 아직 건재상을 못 봤습니다.]

최 씨가 찾아가겠다던 다단계 회사는 이미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습니다.

최 씨에게 다단계를 권유하면서 500만 원을 대출받게 한 군대 후임은 대구로 올라온 최 씨와 어떤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다단계 권유한 군대 후임 : 왜 연락을 안 했는지도 모르겠고 연락이 돼야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할 텐데…]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닌데도 경찰은 제때 수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구 동부경찰서 경찰관 : 일반 성인 남자가 그냥 나간 건 위치추적 안 해주죠. 자살 의심이 급박한 상황이 돼야지…]

지난해 2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한 달 만에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특히 최 씨가 찾아가려던 다단계 회사가 이번 죽음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대구 동부경찰서 경찰관 : 만약 살인이라면 다단계 쪽 이외는 없죠.]

실종된 지 1년 만에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의 정확한 사인이라도 알 수 있기를 아버지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내 지갑 속에 평생 갖고 다닐 겁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종갑)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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