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협력 '제로시대'..남북관계 28년전으로 '후퇴'

2016. 2. 10. 19: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박근혜 정부 ‘초강경 대응’ 문제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1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설치된 관광 안내판에 개성공단에 대한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에 대응한다며 잇따라 내놓은 초강경 대응책이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 시작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특히 한-중 관계의 갈등을 치명적으로 증폭시킬 ‘자해적 대책’이라면, 남북관계 후 버팀목인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를 경제적 몰락으로 내몰 ‘자해적 제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두 가지 결정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추가 갈등을 촉발할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위험천만한 선택이다. 사드 배치 논의 시작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의 열쇠를 쥔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는커녕 한-중 갈등을 부추길 수렁으로 한국 정부가 스스로 들어섰다는 걸 뜻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판조차 스스로 제거하려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시작 이후 지금껏 어렵사리 다져온 남북관계를 ‘관계 제로(0)의 시대’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30년 가까이 후퇴시키는 조처이기도 하다.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일지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성공단 운영을 통해 북쪽이 얻는 임금 수입 등이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쓰이지 못하게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뼈를 깎는 결단”(통일부 당국자)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논리와 접근법은 북한의 1~3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듭된 대북 제재 결의에도 ‘개성공단은 대량파괴무기 개발과 무관한 정상적 경제협력 사업’이라며 개성공단을 제재 대상에서 배제해온 정부의 논리를 스스로 뒤엎은 것이다.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 핵·미사일 개발 돈줄 막고
국제사회 제재 이끌 목적 불구
경제·안보 모두 남쪽이 더 큰 피해
“긴장 조성…4월 총선용” 의심
사드 논의로 한·중 갈등도 키워

개성공단 현황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대북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느냐도 논란 대상이다. 개성공단의 누적 생산액이 32억여(3조56억원)달러인데, 임금 수입 등 북쪽으로의 누적 현금 유입액은 5억6000만달러(6160억원, 홍용표 통일부 장관) 수준이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4~5 대 1의 비율로 남쪽의 타격이 더 큰 셈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대북 제재 수단이 아니라 공단에 입주한 남쪽 124개 기업과 5000여 협력업체들의 생계수단을 끊는 자해적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평화에 반하는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간에 간헐적 교전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지만 개성공단이 자리한 서부전선에서는 아무런 충돌이 없었다”며 “개성공단은 서부전선을 완충지대로 만든 평화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논의 시작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까지 독려하며 강조해온 ‘경제 살리기’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있다. 사드 배치 논의가 한국의 압도적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갈등을 부추기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갈 곳 없는 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생계터전을 허무는 조처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 장관)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반발을 유도해 남북 간 긴장 조성으로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4월 총선용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노회찬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이 내 총선 공약, 진박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표창원 “변할 것 같으면 미련없이 정치계 떠날것”
김종인 “안철수, 의사하다 백신 하나 개발…경제를 알아?”
[화보]1950~1980년 사진으로 보는 서울...그때를 아십니까?
[화보] 한국 여배우 열전 50년...엄앵란 정윤희부터 김태희 박소담까지...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