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한국선 화장품만 사는데..일본선 온천 즐기고 씀씀이도 화끈
◆ 韓·日 춘제 유커 르포 ◆
전자상가로 유명한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라옥스 면세점도 입구부터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중국 광저우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중국의 공기 오염이 심해 '메이드 인 재팬'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둘러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유커 유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압도적으로 많은 유커를 유치했던 한국이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양국 간 중국인 관광객 수 차이는 100만명 이내(2015년 기준 한국 598만명, 일본 499만명)로 줄어 이번 춘제는 올해 전투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춘제 연휴 기간(2월 5~9일) 롯데백화점 본점 기준 유커 매출은 은련카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5% 신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춘제 연휴 기간(2월 13~21일) 신장률이 74.9% 급증했던 것과 비교해 성장세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현대·신세계백화점이 각각 53.4%, 80.8% 신장한 것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다. 현대·신세계백화점 역시 몇 년 전까지 수년간 평균 100%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주춤한 것이지만 특히 롯데백화점의 신장률이 급감한 데는 단체관광객 감소가 한몫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본 도쿄를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은 일본에서 어떤 품목을 구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화장품, 명품백은 물론 약제품, 비데, 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감기약, 파스에서부터 비데, 공기청정기까지 다양한 쇼핑 목록을 추천해 줬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일부 품목에 크게 의존하는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내면세점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만큼 화려한 시설을 갖췄지만 여전히 화장품과 일부 패션 상품에만 의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춘제 기간 롯데면세점 본점 화장품 코너는 꾸준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렸지만 토산품 매장 등 다른 곳에는 한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양국을 찾은 유커들 씀씀이도 차이가 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지역 5대 관광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평균 200만원(쇼핑객단가)을 쓰는 유커들이 한국에서는 그보다 적은 130만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한국 객단가(구매액)는 감소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 1인당 객단가는 약 56만원으로 2014년(65만원)보다 1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만의 장점이던 시내면세점 효과도 희석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벤치마킹해 시내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 이외의 부분으로 눈을 돌리면 양국 간 격차는 더 커진다. 쇼핑만이 사실상 유일한 먹거리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쇼핑 이외에도 온천 등 유커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쿠가이(폭탄 쇼핑)'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올해 들어서는 방일 관광 패턴이 물건만 사는 단순 쇼핑에서 서비스와 문화를 체험하는 소비로 바뀌고 있다.
방일객 절반 이상이 첫 방문에 매료돼 두 번 이상 방문한 일명 '리피타(재방문객)'다 보니 쇼핑을 넘어 체험형 소비를 점점 선호하는 현상이 이번 춘제에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방일객 중 60%가 두 번 이상 방문이었고, 첫 방문은 40%에 불과했다. 10번 이상 방문한 관광객도 14%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놓치면 한국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손일선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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