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현대캐피탈전 떠올린 강민웅 "홀린 기분이었어요"

권혁진 2016. 2. 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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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권혁진 기자 =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은 지난 7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당시 강민웅은 화려한 토스워크로 최근 가장 페이스가 좋은 현대캐피탈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덕분에 한국전력은 5세트 막판 14-11로 앞서며 현대캐피탈의 연승을 저지하는 듯 했다.

이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14-12에서 강민웅이 올려준 두 차례 속공이 모두 블로킹에 잡힌 것이다. 신영철 감독이 작전시간까지 불러 강민웅에게 측면을 활용하라고 지시했지만 강민웅은 아랑곳하지 않고 센터 속공을 고집했다.

분위기를 빼앗긴 한국전력은 결국 14-16로 패배, 드라마틱한 승부의 희생양이 됐다.

강민웅은 1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잠시 생각한 뒤 내뱉은 첫 마디는 "후회를 넘어 절망스러웠다"였다.

강민웅은 "뭔가에 홀린 느낌이었다. (상대의 예상에) 역으로 가려던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속공과 두 번째 속공 모두 측면으로 줬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토스가 나왔다"고 악몽같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신 감독은 강민웅이 작전대로 움직이지 않자 불같이 화를 냈다.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내뱉은 말들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하지만 이미 정신을 놓은 강민웅의 귀에는 이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강민웅은 "충분히 욕을 먹어도 싸다. 감독님께서 흥분을 하신 채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도 안 들리더라.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그날은 내가 생각해도 토스가 잘 됐다. 감독님께서 '경기를 이겼다면 최고가 됐을텐데 네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고 하시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한 경기 실수로 강민웅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아니다. 내년 시즌을 겨냥하고 있는 신 감독과 강민웅은 작금의 과정들을 하나의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강민웅은 이날 우리카드전에서 이틀 전 충격을 딛고 팀의 세트스코어 3-1(25-22 30-32 25-16 25-18)를 이끌었다.

신 감독은 "민웅이가 우리 팀에 온 뒤부터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어떤 배구를 하면 이기고 진다는 것을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게끔 해주고 싶다. 민웅이가 오고 나서 형편없이 지는 경기는 없었다. 내년에는 트라이아웃도 하니 지금보다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날 경기를 두고는 "심적인 부담이 있었을텐데 극복하려고 한 것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이에 강민웅은 "감독님께서 나를 데리고 온 이유가 내년 시즌 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것이니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최대한 알려줄테니 맞춰가자고 하시더라"면서 신 감독의 배려에 고마움을 전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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