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3대 의문점'

입력 2016. 2. 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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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발사체 이름 '은하 4호' 대신 '광명성''신형 로켓' 김정은 업적 선전 노림수.. ② 증축 발사대서 기존 미사일 기술적 신뢰도 확보 미흡.. ③ 1단 추진체 폭발한 이유는 기술분석 활용 부담 '자폭'

북한이 7일 오전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한 과정을 분석하면 2012년 ‘은하 3호’와 낙하지점이나 사거리, 위성 궤도 진입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오는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과거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은하 4호’ 대신 ‘광명성호’ 이름 붙여

지난달 말부터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정부 당국과 언론들은 지금까지 ‘은하 4호’라는 이름을 붙여왔다. 2012년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이 ‘은하 3호’였던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장거리 미사일 이름은 ‘광명성호’로 드러났다. 위성인 ‘광명성 4호’와 더불어 발사체에도 같은 이름을 붙인 셈이다. 기술적으로 차이가 거의 없는 장거리 미사일 이름을 바꾼 이유로는 5월 노동당 7차 대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16일)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4차 핵실험으로 군사 분야에서의 ‘업적 쌓기’에 성공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서는 새로운 로켓을 개발해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으면 집권 이후 스스로 강조해온 과학기술 분야 발전의 성과물로 선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선전 효과를 높이려면 ‘은하 4호’보다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광명성호’가 더 적합하다. 광명성절을 앞두고 김일성-정일-정은 3대 세습의 정당성과 체제의 정통성을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발사대 높이고도 기존 미사일 발사

북한은 지난해 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발사대를 50m에서 67m로 증축하는 공사를 끝냈다. 지난해 7월에는 동창리에서 길이 30m의 로켓 1단 추진체 연소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발사한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길이가 20m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7일 발사를 앞두고 신형 장거리 미사일 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은 ‘은하 3호’와 기술적으로 매우 유사한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했다. 군 안팎에서는 “신형 발사체의 기술적 신뢰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는 노동 엔진 4기와 보조엔진 4기를 결합한 클러스터링 방식을 사용한다. 클러스터링 추진 방식은 각각의 엔진 추력이 동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실험과 정밀한 제어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1단 추진체의 개발이 완료되면 북한은 가까운 시일 내에 사거리와 탑재 중량이 늘어난 신형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페어링(덮개)으로 추정되는 물체. 군당국은 지난 7일 제주 서남방 해역에서 해당 물체를 수거해 9일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
◆1단 추진체 폭발, ‘자폭’에 무게 실려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의 1단 추진체는 발사 6분 만인 7일 오전 9시36분 분리되면서 공중 폭발해 270여개 파편으로 쪼개진 채 서해상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2012년 은하 3호 발사 당시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1단 추진체를 인양해 기술 분석을 한 것에 부담을 느껴 의도적으로 폭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1차 분석을 실시한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2012년 은하 3호에도 자폭장치가 있었지만 그때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우리 군이 잔해를 수거해 기술 분석을 하지 못하도록 폭파장치를 작동시켰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은 구조함과 소해함을 투입해 1단 추진체와 페어링(덮개)이 떨어진 서해상과 제주 서남방 해상을 중심으로 잔해 수색에 나서는 한편 필요한 경우 수중 탐색을 통해 잔해를 인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군은 7일 오전 11시23분 제주 서남방 해상에서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페어링을 수거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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