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의 배신'에.. 지갑 닫은 직구족

김희원기자 입력 2016. 2. 10. 17:35 수정 2016.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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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회복에 할인율 뚝소비자 구매 감소 이어져 작년 수입액 1.4% 줄어통계 작성 후 첫 역신장年 50% 성장하던 시장.. 조정 단계로 들어선 듯

2~3년 전만 해도 30만원이면 A브랜드에서 온 식구 옷을 샀는데 올해는 성인 점퍼 하나를 27만원에 샀어요.

올해부터 온라인몰 판매를 크게 늘렸다던데 생각보다 할인폭이 낮네요. 프리미엄 라인 물량이 많아져 가격이 더 오른 것 같습니다.

미국 최대의 할인 쇼핑시즌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된 지난해 말 국내 해외 직접구매(직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미국 브랜드의 할인율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글들이 줄을 이었다. 연말까지 최대 90%로 내려가던 할인율은 50% 내외에서 멈췄고 50% 이상으로 출발했던 최초 할인율도 20~30%로 낮아지는 등 예상치 못한 '할인의 배신'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일부 파격 할인은 대부분 미끼상품에 그쳤고 심지어 일부 온라인몰은 이전 할인가보다 높게 파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에서 사상 최초의 역신장이 나타난 까닭은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제품의 평균 할인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할인율 감소가 구매 감소와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물품 수입액은 15억2,343만 달러로 전년보다 1.4% 줄었다. 매년 50% 가량 급증해온 해외직구 금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다. 전체 직구 수입 건수(1,586만건)도 전년대비 2.1% 신장에 그치며 2011~2014년의 증가율(39~57%)을 무색하게 했다.

직구 시장에 역신장이 나타난 이유는 미국에서의 구매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미국의 배송 건수 비중은 2013년 전체의 91.5%에서 2014년 87%, 지난해 83%로 줄었다. 기간 중 전체 배송 건수는 늘었지만 미국에 집중되던 열기가 한풀 꺾이며 주문 비중이 감소한 것이다. 전체 수입액도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동반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미 직구 총금액(11억987만 달러)은 전년보다 1.5% 줄었고 주문건수(1,164만건)도 2% 늘어나는 등 전체 시장 흐름과 동일했다.

미국 직구 시장의 둔화는 현지의 경기 회복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직구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8~2009년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한 시기로,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한 할인 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차츰 경기가 회복되면서 유통업체들은 서서히 할인 폭을 줄여 나갔다. 여기에 2014년 초저가 국산TV와 같은 대박 상품이 사라지고 소비 불황, 환율 변동 등이 더해지며 미 직구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해 직구 성적은 할인 폭이 상당한 미국은 할인율, 할인이 거의 없는 일본·독일 등은 환율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며 "국내 소비 불황을 비켜가던 미국의 할인 파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직구업계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말 금리를 인상하는 등 추세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어 예년과 같은 파격적인 할인행사가 재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매년 급신장을 거듭해온 직구 시장이 서서히 조정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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