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직격 인터뷰] "10년 던지고 잠시 휴식..10년 더 달릴 것"

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6. 2. 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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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9일 애리조나 다저스구장에서 캐치볼을 하는 가운데 김태영 통역원이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9일 애리조나 글렌데일 다저스 구장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안승호 기자

LA 다저스 류현진(29)은 지난해 5월 왼쪽 어깨 수술 뒤 실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6년 프로야구 한화 입단 뒤 10년 세월을 줄기차게 달려온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련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지난 시간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다. 오히려 류현진은 수술과 재활을 통해 또 다른 류현진으로 다시 태어난 듯 활기가 넘쳤다. 류현진 9일에도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다저스구장에서 몇 안되는 선수들 틈에서 재활 훈련에 몰두했다. 애리조나의 파란 하늘 아래서 파란 다저스의 옷을 입고 캐치볼을 한바탕 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막힘 없이 얘기했다.

■“생선, 그리고 수술 뒤 배운 몸관리”
류현진은 지난해 5월 수술을 받고 통역 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는 김태영씨에게 식단부터 바꿔보자고 했다. 지난 선수 생활 때는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류현진은 누운 김에 더 강해져 일어나기로 했다. “생선, 참 지겹도록 먹어서 요즘에는 덜 먹을 정도”라며 “그간 흰살 생선, 계란 흰자 등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

류현진이 재활 훈련을 하며 전보다 날씬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회복 페이스에 맞춰 훈련을 하며 곡류와 육류 대신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을 집중 섭취했다. 이에 몸무게가 10㎏ 가까이 줄기도 했다.

김태영 통역원은 “체중이 빠졌지만, 근육량은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체지방이 빠진 것이다”며 “다저스 온 뒤로 가장 좋은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10년 달렸다. 10년 더 달린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팔꿈치 수술을 한 이력이 있다. 그때와 지금, 재활을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재활 하는데 시간이 참 가지 않았다. 지루했다. 그런데 지난해 어깨 수술을 한 뒤 재활을 하면서는 지루한 걸 몰랐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고 했다.

류현진은 그 차이를 심리적 요인에서 찾았다. 고교 시절만 해도 서둘러 몸을 다시 만들어 공을 던져야 했다. 고교 3학년이 되면서 프로 지명이라는 큰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완벽히 몸을 만들어 돌아가는 게 우선이다. 그는 “아무래도 여기서는 속도보다는 운동을 시킨다. 무리해서 재활 시키지 않으려 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냥, 계획된 속도로 순리에 맞게 가고 있다. 수술하기 전 이맘 때 페이스에 비하면 늦지만, 수술한 것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한 것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류현진은 “다들 ‘지루했겠다, 얼마나 던지고 싶었을까’, 그러는 것 같은데 사실 매우 편안하게 보낸 것 같다”며 “한걸음 떨어져서 한번쯤 쉴 때도 됐다. 프로 입단 해서 10년을 달려왔고, 10년을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ML행 러시? 초반 적응이 중요”
류현진은 “대부분은 타자여서 따로 전할 얘기가 없다”며 웃었다. 류현진은 지난 겨울 KBO리그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ML행 러시’를 이루며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대호(시애틀) 등이 미국에서 함께 뛰게 된 것을 두고 메이저리거 선배로서 꺼낼 조언에 즉답은 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들의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확신하기도 했다. “현수는 타격이 좋고, 외야 수비도 떨어지지 않는다. 포구가 좋고 어깨도 그렇다. 병호 형 또한 홈런 타자로 수비도 문제 없다”며 선수들의 경쟁력을 일일이 꼽은 뒤 “다들 운동신경이 좋아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류현진은 개성 강한 선수가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친화력’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처음에 적응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 그게 중요한 거 같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선수들과 친해지는 건 중요하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류현진은 다저스 입단 이후 후안 유리베(뉴욕 메츠) 등과 절친한 모습을 보이며 팀에 몸소 실천한 대목이기도 하다.

■“새 시즌, 적응은 모두가 해야할 문제”
류현진은 적응이 메이저리그를 찾은 새로운 한국 선수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했다. 선수 이동이 활발한 메이저리그의 경우, 매 시즌 팀 구성원이 큰 폭으로 바뀌곤 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다저스 역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새로 부임한 데다 마운드에서 잭 그레인키가 떠나고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 등이 입단하는 등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류현진의 최대 강점은 카멜레온 같은 변신과 적응력이다. 류현진은 “그러고 보면 나도 다른 한국 선수도 마찬가지다. 매년 바뀌기에 나부터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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