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깊이보기]시리아 알레포 봉쇄..30만 시민 생존 위기에

장은교 기자 2016. 2. 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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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결국 아사드와 푸틴이 웃게 될까.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도시 알레포를 봉쇄하기 시작하면서 만 5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군과 정부군의 협공에 포위당한 반군은 분열하기 시작했고, 내전 위기에도 남아 집을 지키던 알레포 시민 30만명은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아랍권 위상방송 알자지라 등은 알레포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혔다고 10일 전했다.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최근 몇주동안 알레포와 주변 지역에 대한 집중공격을 벌였다. 특히 지난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부군과 반군 대표단이 유엔 주재로 평화회담을 위해 모였던 2~3일 동안 러시아는 알레포에 320번이 넘는 공습을 퍼부었다. 5일 정부군은 알레포를 포위하는데 성공했고 8일부터 봉쇄작전을 시작해 식량과 응급구호 물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정부군은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갇힌 것은 민간인들이다. 국제구호기구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발 폭탄이 알레포의 민가를 덮치고 잔해에 깔린 아이들이 울부짖거나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을 알리고 있다. 보급로가 막힌다는 것은 부상자들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엔은 9일 “수십만명이 아사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부 터키 국경인근에는 매일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가 문을 열어달라고 울부짖고 있지만 이미 시리아 난민 250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 정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알레포 주민 칼레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터키가 문을 열지 않으면 우리는 두 악마(러시아와 IS)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기구들은 알레포 봉쇄작전이 계속된다면 10~15만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난민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정부군이 알레포를 장악하게 된다면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최대의 터닝포인트이자 아사드 정권 최대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최대도시인 알레포는 동·서양이 실크로드를 통해 만났던 교역의 중심지이자 찬란한 고대 유물을 간직한 곳이다. 내전이 발발한 이후에도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으나 현재는 약 30만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반군이 2012년 알레포를 장악하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전에 개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을 도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고 했으나, 러시아발 폭탄이 집중된 곳은 반군거점지였다. 민간인 사망자만 늘어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습을 퍼부은 러시아는 결국 4개월만에 보란듯이 반군최대거점지를 에워싸는데 성공했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중동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무대로 변질됐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고, 반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군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의 힘이 알레포 포위작전을 통해 시리아에서 확인된만큼, 또다른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군과 러시아가 알레포에 공습을 퍼붓던 지난 주 사우디는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 복스닷컴은 “알레포가 포위된 것은 전쟁의 흐름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며 러시아의 개입이 시리아전을 어떻게 흔들었고 어떻게 더 큰 혼란으로 빠뜨렸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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