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늘만 공짜"..설 연휴 마지막날 각종 꼼수 '기승'

맹하경 기자 2016. 2. 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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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대리점 '오늘만 공짜폰' 고객 유치에 열올려..SK텔레콤은 '공시지원금 확인' 당부
10일 한 KT 대리점이 '아이폰5' 등 기존폰을 반납하면 '아이폰6s'로 무상교체해준다며 안내하고 있다. 이 대리점은 연휴를 맞아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이며 이날을 마지막으로 무상교체 이벤트가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 News1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오늘이 연휴 마지막 날이라 오늘만 공짜고 내일부턴 절대 안돼요."

새해 설 연휴 마지막날 이동통신 시장에서 각종 편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짜폰' 마케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통사 대리점들은 "내일부터 폰 가격이 오른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복잡한 설명으로 최신 휴대폰이 '공짜폰'인 것마냥 말장난을 늘어놓으며 연휴 막판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다만 SK텔레콤 대리점은 한결같이 공짜폰 마케팅 대신 공시지원 내역을 정확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 일대 대리점들은 대부분 정상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금 납부를 위해 이따금 들르는 손님만 있을 뿐 대체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휴대폰 구매와 가입까지 결정하는 고객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일부 대리점들은 편법으로 고객을 유혹하기도 했다.

종로의 한 LG유플러스 대리점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지난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A5'를 추천했다. 출고가 52만8000원의 중저가에 '삼성페이' 등 특화 기능이 들어있는데다가 지원금도 높다고 강조했다. 구매를 망설이자 한 직원은 "오늘 구매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연휴라서 이 가격에 드리는 것이지 내일이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연휴 특가'라며 안내해 준 갤럭시A5 판매가격은 30만9000원이다. 이 가격은 52만8000원의 출고가에 월정액 6만원대 요금제 가입시 지급되는 지원금을 뺀 정상 판매가다. 연휴 특별 세일가격이 아니다. 직원은 연신 "이벤트로 진행하는 가격이니까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11일 갑자기 지원금을 줄이지 않는 이상 판매가가 오를 리는 없다.

한 대리점은 '무상 교체'라고 쓴 광고 문구까지 내걸었다. 종로 KT 대리점은 애플 '아이폰5'와 '아이폰5s', '아이폰6'를 반납하면 '아이폰6s'로 무료 교체해 준다고 설명했다.

아이폰6s 16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는 86만9000원이다. 가장 비싼 월정액 10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지원금이 13만5000원에 그친다. 정상적으로 구매한다면 최저 판매가는 73만4000원이다. 대리점에 기존 아이폰을 40만원에 판다고 하더라도 최소 33만원을 추가로 지원해 줘야 무상 교체가 가능하다. 물론 공시 지원금을 초과하는 추가 지원금은 단통법상 불법이다.

막상 대리점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무상 교체는 사실이 아니었다. KT 대리점 직원은 "쓰고 있는 아이폰5s를 넘기면 50만원에 사줄테니 이걸로 기존에 가입돼 있던 통신사를 해지하는 위약금을 물어주고 아이폰6s 구매에도 보태면 된다"며 "KT로 번호이동하면서 아이폰6s를 구매하면 매월 아이폰6s 할부금으로 5000원만 내면 되니 거의 공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36개월 동안 아이폰6s 할부금을 매월 5000원씩 내라는 말이었다. 약정 기간을 최대로 늘리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직원은 "원래 어제까지만 하고 안하려 했던 연휴 이벤트인데 오늘까지만 한다"고 덧붙였다.

달콤한 유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KT 대리점 직원은 "일단 KT로 통신사를 바꾼 뒤에 다른 가족들과 결합하면 초고속인터넷이 공짜다"며 "휴대폰을 구매하는 김에 결합상품도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을 때 할인해 주는 금액을 한 구성품으로 몰아 '공짜'라고 설명하는 것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금지한 광고행위다. 실제 구성품별 할인액을 정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오프라인 대리점들이 편법을 쓰면서까지 고객 유치에 안달이 난 이유는 연휴 막바지에 거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5일부터 긴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초반에는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아 유통점들은 세뱃돈이 풀리는 마지막날이나 연휴 이후 첫 주말을 기다린다. 대리점 직원 대부분이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연휴 마지막 날이라 모처럼 직원들이 모두 출근했는데 지나다니는 손님도 별로 없다"며 "마지막 날이니 어떻게해서든 가입자를 모집하려 편법을 쓰는 매장들이 일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금이라도 어수룩해 보이는 손님이 오면 고객 부담금이 공짜에 가깝다거나 내일부터 정책이 바뀐다는 말을 늘어놓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한편 종로 일대 SK텔레콤 대리점에선 불법 마케팅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SK텔레콤 대리점은 한결같이 공시 지원금을 설명하고 연휴라고 특별 할인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공짜라는 유혹에 섣불리 구매를 결정했다가 나중에 위약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있다"며 "대리점 직원의 설명만 믿지 말고 공시 지원금을 확인한 후 정상 판매가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hk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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