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27달러의 기적..힐러리 대세론 꺾은 '샌더스 태풍'

콩코드(뉴햄프셔) | 손제민 특파원 2016. 2. 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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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젊은층 사로잡으며 ‘압승’…민주당 경선 장기전 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일찌감치 패배 선언을 하던 9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주도 콩코드의 한 고등학교 앞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승리 연설을 듣기 위해 수천명이 모였다. 상당수는 입장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지만, 수백명이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밖에서라도 샌더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몇 시간을 기다렸다.

연단에 오른 샌더스에게서 트레이드마크 같던 심각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공화당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발음을 흉내낸 ‘유지(huge·엄청난)’ 격차의 승리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샌더스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선거자금의 평균 기부액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했다. 지지자들은 이미 “27달러”라는 답을 외우고 있었다. 주말 코미디쇼인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손님으로 출연한 그는 이제 확실한 젊은이들의 우상이 돼 있었다.

이달 초 아이오와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은 뉴햄프셔에서 거대한 태풍이 됐다. 뉴햄프셔는 8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가 버락 오바마를 꺾고 1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여기서 샌더스는 20%포인트가 넘는 차이로 압승했다. 경선전은 이제 겨우 시작됐지만 힐러리 ‘대세론’은 무의미해졌다.

힐러리는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을 내세워 젊은 여성들의 표를 얻기에 주력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맨체스터의 한 투표장에서 만난 여대생 지아다 아브디치(19)는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점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처럼 낡은 이미지가 아니라 샌더스 같은 참신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힐러리가 초반에 승기를 잡아 대세를 굳히기는커녕 샌더스에게 밀린 탓에, 민주당 경선은 장기전이 되게 됐다. 다음 경선이 열리는 네바다(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27일)에서는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20~30%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앞서 있다. 두 주는 아이오와, 뉴햄프셔와 달리 히스패닉·흑인 비율이 높고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의 선전, 뉴햄프셔에서의 압승으로 샌더스는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힐러리와의 격차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뉴햄프셔에서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위기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선거운동 무대를 전국으로 옮겨간다. 모든 주에서 한 표, 한 표를 놓고 싸울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안다. 바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콩코드(뉴햄프셔)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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