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Talk]'검사외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무의미해진 시대

장아름 기자 입력 2016. 2. 10. 14:31 수정 2016. 2.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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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괴물'이 지난 2006년 1000만 관객수를 돌파하기 전, 스크린 600여 개를 장악하면서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2016년 새해, 그의 3배에 달하는 1806여 개(9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스크린을 독점한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극장 체인은 없는) 쇼박스가 배급하고 스크린 흥행 3연타를 주도하고 있는 1000만 배우 황정민과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 흥행 2연타를 노리고 있는 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사외전'이다.

'검사외전'은 국내 스크린 2489개에서 놀라울 만큼의 다수의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웬일인지 이전처럼 뜨겁거나 거세지 않은 분위기다. 이는 마치 지난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독과점 당시 분위기와 흡사하다. 당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역대 최다 스크린을 독점했지만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작이 없다는 점에서 독과점 논란을 피해갔다. 이는 '검사외전'도 마찬가지.

영화 '검사외전'은 지난 9일 스크린 1806개를 배정받았다. © News1star / 영화 '검사외전' 포스터

분명 영화 시장 질서와 균형이 눈에 띄게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크게 대두되지 않은 점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크다는 시장 논리 때문이기도 하다. '검사외전'의 여전히 막강한 예매율 60%라는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황정민과 강동원, 스크린 최고 스타들이 열연하고 연휴에 가족들과 즐기기에 부담 없는 코믹 버디 무비라는 점에서 '검사외전'의 독과점에 크게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독과점 논란은 1000만 영화 프레임이 등장할 때마다 제시되는 담론인 까닭에 외려 위기감을 조성하기 보다, 이젠 진부하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독과점에 대한 담론 형성 속도는 '검사외전'이 지난 3일 개봉된지 7일 만에 쓴 경이로운 흥행 속도 보다 느리고, 이 같은 흥행 기록은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크게 부각되고 있어 외려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용한다.

이전에는 이 같은 논란 제기가 시장 질서를 위해 관객들에게도 유의미하게 다가왔지만, 이젠 그 의미마저 힘을 잃었고 담론의 권위도 퇴색됐다. 관객들은 이제 '검사외전'이 몇개 스크린을 장악했고 그외 영화들이 상영 권리를 얼마나 박탈당했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법적 규제를 외치는 영화계의 목소리는 시장 자율 논리에 반하는 의미 없는 의견으로 비쳐질 뿐이다.

이전부터 영화계의 다양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담론은 꾸준히 형성돼 왔다. 한정된 공공 예산을 갖고 국가에서 영화의 질적 상영 권리를 얼마나 보장해줄 것인가, 대기업이 '문화'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어떻게 다양한 작품을 상영할 것인가, 국가와 기업의 공적 지원 확대는 얼마나 이행돼 왔는가, 그 의견에 응당하는 변화가 과연 있었는지 되새겨볼 시점이다.

개봉작은 흥행 예측 수치에 기반하고 상영작은 그간 실적 중심으로 스크린을 배정한다는 대기업의 논리. 이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개봉 전 2주간 마케팅으로 일단 물량 공세를 펼치겠다는 대형 배급사의 전략. 이에 반해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처럼 한 영화의 스크린 수를 전체의 30%로 내외로 규제하자는 영화계의 주장. 각자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문화 시장을 위한 자율적인 해결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의 도덕적 자정 능력 만이 해결책으로 간주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독과점 논란에 대해 끊임 없이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 작은 인식이 언젠가는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 때문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 역시 확대돼야 한다는 당연한 시장 논리가 관철되고 있는 시점, 그리고 1800여 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무의미한 시대, 우리가 각성해야 할 오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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