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8년, 방재 시설만으론 한계..시민 참여 절실"
문화재방재학회 회장 백민호 교수 "평상시 안전관리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8년 전 2월 10일, 대한민국 국보 1호이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숭례문(崇禮門)이 불탔다.
화마가 집어삼킨 문루는 몇 시간 만에 와르르 내려앉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무너졌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전공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문화재 방재는 숭례문 화재를 기점으로 전후가 나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일 창립하는 문화재방재학회 회장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생각을 안 하려고 하죠. 하지만 방재 분야에서는 정반대입니다. 재난을 계속 떠올리면서 부족했다고 느낀 점을 법과 제도에 적용해야 합니다."
학부에서 건축학, 대학원에서 재난관리공학을 전공한 백 교수가 문화재 방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숭례문 화재에 앞서 2005년 일어난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다. 그는 낙산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문화재가 주변 지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했다고 했다.
백 교수는 "문화유산이 많은 일본 교토를 보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문화재 방재 활동에 나선다"며 "우리나라는 방재 시설은 매우 우수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문화재 방재에 대한 의식은 떨어지는 편이다"고 지적했다.
학자 30여 명이 참가하는 문화재방재학회는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실용적인 활동을 지향한다. 역사적인 문화재에 기술과 공학이 중심이 되는 방재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우리는 목조건축물이 주류를 이뤄서 재난을 줄인다는 감재(減災)는 별 의미가 없다"면서 "방재라는 개념에는 재난의 발생과 확산을 막는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 방재는 비일상적인 재난을 방지하고 평상시 안전관리에 힘써야 가능하다"며 "10~20년 뒤에는 전반적인 방재 수준이 올라가 학회 명칭이 문화재안전학회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숭례문 화재 이후 우리나라의 문화재 방재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낙산사는 산불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숭례문은 보는 눈이 많고 소방서가 가까운데도 방화가 화재의 원인이 됐어요. 그때의 일을 교훈 삼아 재난 대응 능력을 키웠는지 자문한다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 교수는 "숭례문 화재 이후 곳곳에 방재 설비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시설 보강과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산인 만큼, 이제는 시민이 문화재 방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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