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카고 경찰, 총격 피해자 가족 상대 소송 제기
"총격 부른 피해자 때문에 정신적 고통 안게 돼"…120억원 피해 보상 요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관이 자신의 총에 맞아 숨진 피해자의 가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이례적 소송을 제기했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시카고 서부 주택가 공동주택 계단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흑인 대학생 퀸토니오 르그리어(19)와 무고한 이웃 베티 존스(55)를 총격 살해 한 백인 경관 로버트 라이얼모(23)는 르그리어의 가족에게 정신적 피해 보상금 1천만 달러(약 120억 원)를 요구하고 있다.
라이얼모 경관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르그리어의 과격 행동이 총격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까지 살해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됐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조엘 브로스키는 "경찰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총을 쏜 일로 기소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폭력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경찰도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주거나 받으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라이얼모 경관은 작년 12월 26일, 르그리어가 집안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공격적 행동을 한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아파트 계단에서 그와 마주쳐 총을 쐈다.
그는 "르그리어가 계단을 내려오며 내 머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뒤로 물러나 '야구방망이를 내려놓으라'고 경고했으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다시 공격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라이얼모 경관은 르그리어에게 최소 6발의 총을 쐈고, 이 중 1발이 르그리어의 몸을 관통해 뒤에 서있던 이웃집 여성 존스의 가슴에 맞았다.
경관은 "야구방망이에 머리를 맞을 뻔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며 "르그리어의 행동 때문에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르그리어 가족의 변호인은 "라이얼모 경관이 6~9m 떨어진 곳에서 총을 쏜 것이 확실하다"며 "총격은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고한 시민들을 총격 살해하고,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르그리어의 가족은 앞서 시카고 시를 상대로 '부당한 죽음'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라이얼모 경관의 제소를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했다.
라이얼모 경관은 2013년 3월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경찰에 첫 임용된 3년 차 신참으로,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무직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시카고 경찰과 흑인 사회 간 불신과 반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나왔다. 시카고 시는 작년 11월, 흑인 절도 용의자가 백인 중견 경관으로부터 16차례 총격을 받고 숨진 현장 동영상을 사건 발생 1년여 법원 명령에 의해 비로소 공개하고 해당 경관을 뒤늦게 기소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현지 언론은 "총을 먼저 쏘고 나서 상황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경찰 문화"를 지적했고, 연방 법무부는 작년 말 시카고 경찰 관행 조사에 착수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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