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아봐라" 큰소리치던 웹툰 유포자, 감쪽같은 추적술에 덜미

입력 2016. 2. 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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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텀블러에 쓴 글 캡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인기 유료 웹툰을 대량으로 유포하면서 SNS에서 "절대 나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큰소리치던 30대 남성이 참다못한 웹툰 서비스 업체가 이용한 첨단 추적기술에 덜미를 잡혔다.

10일 법원 등에 따르면 평범한 30대 초반의 회사원인 최모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즐겨 이용하던 유료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의 작품들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적발될 것으로 보고, 중국 사이트 '바이두'에 계정을 만들어 이곳에 만화 파일을 올렸다.

해외 SNS 서비스 '텀블러' 계정 2개도 만들어 바이두 계정에 웹툰을 올릴 때마다 그 링크를 퍼뜨렸다. 전파성이 매우 높은 개인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도 이용했다.

그는 텀블러에 "바이두에 가입하려면 중국 휴대전화로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가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적는 등 자신이 올린 파일을 찾는 이들에게 상세한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그가 처벌받아 공짜로 만화 볼 길이 막힐까 걱정한 나머지 "왜 공개 형태로 공유하느냐. 비공개 형태로 바꾸는 게 낫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최씨는 "중국 서비스에 웹툰을 올려 레진코믹스는 나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잡아볼 테면 잡아보라고 해라"며 큰소리쳤다.

"나는 양심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양심? 그거 먹는 건가요?"라고 적기도 했다.

최씨의 텀블러 계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 조회 수가 3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인터넷 '지하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최씨가 그것으로 돈벌이를 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주목받는 것에 으쓱해 한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두 달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 레진코믹스가 불법 유포자를 추적하려고 웹툰 파일에 심어둔 암호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 업체의 웹툰은 회원가입을 한 사용자에 한해 유료로 서비스된다. 회원이 이를 내려받으면 해당 회원 정보를 암호화해 그 이미지 파일에 심는다.

웹툰이 불법 유포됐을 때 그 속에 심어진 암호를 분석하면 누가 최초로 유포했는지 알 수 있다.

레진코믹스는 이를 통해 유포자가 최씨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총 14편, 400여회 분량의 웹툰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작년 10월 검찰에 고소했다.

범행을 순순히 시인한 최씨는 약식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씨가 올린 불법 파일의 링크가 적힌 인터넷 게시물 조회 수는 편당 십만여건에 달했다. 레진코믹스는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최씨가 다운로드 횟수를 계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토렌트'로도 웹툰을 유포해 정확한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초 추적기술을 도입한 이래 이 방법으로 웹툰 유포자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도 불법 유포자들을 찾아내 고소하고 민사 소송도 병행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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