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위 등극' KCC의 슬로우 스타터 역사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 2.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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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CC에게는 뒷심에 강한 거북이의 DNA가 숨어있는 것일까.

KCC는 지난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85-8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CC는 2004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8연승을 질주하며 같은날 kt에게 패한 모비스를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올시즌 처음 경험하는 단독 1위의 기쁨.

KCC는 시즌 중반까지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했다. 흐름을 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이 컸고, 4라운드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는 6위까지 밀려나는 내리막을 걷기도 했다.

그러나 리카르도 포웰을 내주고 전자랜드에서 영입한 허버트 힐이 골밑을 사수하면서 점차 안정감을 찾아나간 KCC는 안드레 에밋의 본격적인 득점쇼와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토종 선수들의 역할도 분명하게 정착되면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KCC가 막판 스퍼트를 낸 시즌이 이번 뿐 아니라 그동안 상당히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리그 초반 승률이 떨어지는 모습이 잦았지만 뒤늦게 매서운 발동이 걸리면서 오래 전부터 ‘슬로우 스타터’라는 수식어가 KCC에 따라붙고 있는 상황. 이에 올시즌을 제외하고 그동안 가장 임팩트 있었던 KCC의 뒷심 BEST3를 꼽아봤다.

재키 존스. KBL 제공

▶ 재키 존스, 전주 팬들에게 안긴 크리스마스 선물

대전 현대에서 전주로 연고지를 옮기고 KCC라는 새로운 팀명을 갖게 된 2001~02시즌. KBL리그 사상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토털 농구’를 구상하고 있던 신선우 감독은 조니 맥도웰과의 이별을 선언한 뒤 만능형 센터 재키 존스를 3년 만에 불러 들였지만 존스가 초반 부상을 당하면서 모든 계획이 꼬이고 말았다. 초반 12경기까지 2승10패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3라운드 중반이었던 12월20일까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만큼 오랜 부진에 놓인 것.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존스가 복귀하며 희망을 되살린 KCC는 점차 선수들 간에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팀으로 돌변했다. 이상민, 추승균, 양희승, 정재근으로 연결되는 토종 선수들은 물론 또 다른 대체 외국인 선수 제런 콥까지 마지막 조각 역할을 해내면서 결국 막판 10연승을 비롯해 14승2패라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내달린 것. 비록 4강 플레이오프에서 SK에게 발목을 잡혔지만 정규리그 10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선 저력은 KCC만의 전통적인 뒷심의 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제로드 워드. KBL 제공

▶ ‘미운 오리→백조’ 워드, 단테 열풍마저 잠재웠다

2004-05시즌 역시 KCC의 후반기 위력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전년도 트레이드로 합류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R.F 바셋이 자유계약 선수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단 3경기 만에 방출, 이번에도 출발은 불안했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그레고리 스템핀은 기량이 크게 떨어졌고, 다시 한 번 교체를 통해 영입한 제로드 워드는 전미 최우수 선수라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나홀로 플레이에 심취해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실제 워드 합류 이후 KCC는 5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12월초 7위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워드가 점차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KCC에게 다시 한 번 반전이 찾아왔다. ‘이조추(이상민-조성원-추승균) 트리오’와 찰스 민렌드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한 가운데 토털 농구의 위력이 되살아나며 결국 2위까지 수직 도약한 것.

당시 단테 존스 신드롬을 일으킨 SBS의 15연승 행진에 다소 묻힌 부분이 있지만 KCC 역시 1월 중순부터는 각각 4·5·6연승을 포함해 19승4패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남겼고, 결국 SBS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잊지 못할 시즌을 보냈다. TG삼보에게 높이에서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3승4패로 패해 챔프전 2연패를 놓친 것이 유일한 옥의 티였을 뿐이다.

강병현(좌)과 하승진(우). KBL 제공

▶서장훈-강병현 트레이드와 하승진의 합세

앞서 소개한 두 시즌이 주로 외국인 선수의 복귀 및 부활로 반전이 일어났고, 결과적으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마지막 사례는 이와 차이가 있다.

2008~09시즌 KCC는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품에 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서장훈과의 트윈 타워를 넘어 마이카 브랜드, 브라이언 하퍼까지 신장 2m가 넘는 4명의 장대 군단을 구축, 높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초반 6경기 5승1패의 산뜻한 스타트 이후 KCC는 서서히, 그리고 이내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서장훈-하승진의 공존이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서장훈이 트레이드를 요청해 전자랜드로 떠났고, 하승진마저 이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높이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이미 가드 임재현마저 어깨부상을 당해 온갖 악재가 KCC 주변을 맴돌았다. 결국 12월 8연패 수렁에 빠지며 순위도 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전자랜드에서 합류한 강병현이 승부처마다 서서히 존재감을 발휘한 가운데 추승균이 버팀목 역할을 든든히 해줬고, 하승진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전력에도 어느덧 균형이 잡히기 시작했다. 또한 마이카 브랜드가 하승진과의 하이 로우 플레이에 눈을 떴고, 대체 외국인 선수 칼 미첼마저 불성실한 모습을 벗어던지면서 최강의 위용을 되찾았다. 정규리그 막판 6연승을 포함, 3위까지 수직 도약한 KCC는 결국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후로도 KCC는 하승진의 부상 또는 경기 감각 회복에 의해 경기력이 뒤늦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슬로우 스타터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굳혔다. 올시즌 역시 KCC는 하승진의 부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데뷔 시즌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출전 시간(24분34초) 을 비롯해 확실한 몸관리를 받으며 그동안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실제 하승진은 국가대표 차출 당시 부상을 당해 10월6일 다소 늦게 시즌 첫 경기를 소화한 이후 결장한 경기가 한 차례 뿐이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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