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節에 폭발한 홍콩 불만.. 경찰과 유혈충돌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6. 2.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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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단속 반발이 격렬 시위로.. 홍콩독립 주장 단체 가세, 판 커져 아수라장 상황에 실탄 경고사격도 경찰 90명 부상.. 시위 54명 체포.. "누적된 反中감정 폭발" 긴장 고조

음력 새해 첫날인 8일 홍콩 도심이 전례 없는 폭력시위로 얼룩졌다.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촉발된 마찰이 시위대와 경찰 간 심야 대규모 투석전과 물리적 충돌로 번지면서, 경찰이 실탄 경고사격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수십명과 경찰관 90명이 부상하고, 54명이 체포됐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래 최대 규모였던 이번 시위에선 특히 복면을 한 시위자들이 조직적으로 경찰을 향해 각목과 쇠막대기를 휘두르는 등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과격한 양상이 나타나, 홍콩 특구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도 '누적된 반중(反中) 감정의 폭발' 가능성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는 홍콩 도심 몽콕(旺角)거리에서 생선완자(fishball) 등을 파는 노점상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명절 대목에 들이닥친 단속반원에 항의하는 노점상들이 유리병과 화분을 던지며 저항하자, 오후 10시쯤 경찰이 출동했다. 마찰이 빚어진 몽콕은 2014년 홍콩 행정수반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벌어진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였다. 당시 시위는 참가자들이 경찰이 분사하는 최루액을 우산으로 받아냈다고 해서 '우산혁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바로 그 현장인 몽콕에서 노점상들의 시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특히 한 SNS이용자가 올린 '피시볼 혁명(fishball revolution)에 동참하자'는 메시지가 급속히 확산됐다. 단속 현장으로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경찰과 대치가 시작됐다. 대치 초기엔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이 경찰과 대화를 나눌 만큼 평화적이었다. SCMP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이동용 사다리를 옮기기 위해 시위대를 밀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자가 보도블록을 깨 경찰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고, 방패를 든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하며 맞섰다. 몽콕 지역은 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인근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시위대의 공격을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경찰관이 다시 무차별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반면 쓰러진 여성 시위자가 경찰의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 등의 단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복면과 마스크,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나오라"고 독려하면서, 시위현장에는 복면과 헬멧, 보안경과 방패, 각목을 든 시위자들이 가세했다. 일부 시위자가 쓰레기통 등에 불을 지르고, 경찰차를 공격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유혈 충돌이 계속되면서 부상자가 속출, 시위현장 부근 병원 응급실은 부상자들로 만원을 이뤘고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경찰관과 여성이 실려와 응급처치를 받았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 4명도 부상을 당했다.

폭력사태 발발 4시간여 만인 9일 오전 2시쯤, 시위현장에서는 총성이 울렸다. 시위대의 압박에 위협을 느낀 경찰관 한 명이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두 발의 경고사격을 한 것이다. 시위는 그러나 동틀 무렵까지도 계속됐다.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90명이 다쳤으며, 시위자 54명을 폭력 및 경찰관 공격,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본토민주전선 에드워드 렁(梁天琦) 대변인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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