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초등교 취학 전 70%가 선행학습하는 이유

남윤서 2016. 2.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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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펴낸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의 70.5%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읽기·쓰기·셈하기 등 선행학습을 시킨다고 답했다. 화장실 사용 등을 스스로 하도록 연습시킨다(64.4%)거나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도록 한다(63.1%)는 응답보다 많았다.

선행학습은 대부분 사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가 사교육 억제정책을 펴고 있지만 영·유아 단계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영·유아 1인당 사교육비는 2013년 월평균 7만8900원에서 2014년 10만8400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3만9000원에서 24만2000원으로 3000원 늘어난 것보다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초등학교 취학 전에 한글을 읽고 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영어·수학도 필수처럼 여겨진다.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중에는 외국 초등학교 1~2학년 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곳도 적잖다. 이들은 월 130여만원의 비싼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이에 대해 KEDI는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초등학교 취학아동을 둔 학부모들은 가장 큰 애로점으로 ▶자녀 발달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다(27.7%)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27.2%) ▶취학에 대한 학교의 안내가 부족하다(21.7%) 등을 꼽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는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거나(43%) 인터넷 등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찾는 경우(26.3%)가 많았다. 내년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노모(37·여)씨는 “입학 전에 뭘 준비해야 할지 몰라 주위에 물어보니 학습지와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있더라”며 “나만 무관심한가 싶어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 부족→선행학습을 안 하는 막연한 불안감→사교육 의존’의 고리가 강화될수록 선행학습 사교육 대열에 참가하는 학부모는 늘어만 가고 시기도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 고리는 공교육에서 끊어야 한다.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KEDI는 보고서에서 동네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연계해 학부모에게 필요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치원은 원아들의 취학을 앞둔 시점에 교실 분위기나 수업시간 등을 초등학교와 비슷하게 운영하고 초등학교는 입학 후 일정 기간 유치원 시스템을 병행하는 방법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된다. 가장 좋은 사교육 억제책은 공교육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남윤서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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