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은행서 대출받으면 이자 얹어준다

이덕주 2016. 2. 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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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저축은 손해"..아파트 가격 1년새 16% 급등스위스, 지방정부 미리 납부한 세금에 절세혜택 없애일본, 단기금리 수익 챙기는 MMF 11개사 판매 중단

◆ MK리포트 / 마이너스 금리 국가선 무슨 일이 ◆

지난달 29일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0.1%라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돈의 가격'을 뜻하는 금리가 '음(陰)의 영역'으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시장 일부 영역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점점 더 낮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왜곡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에 대해 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스페인 밴킨터은행에서 발생한 기현상을 소개했다.

이 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스위스 은행간금리(리보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금리 대출인데 이 금리가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부 고객들의 대출금리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주는 대신 대출 원금을 깎아주기로 하면서 이 은행 일부 고객들은 매달 대출 이자를 내는 대신 오히려 조금씩 대출 원금이 줄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덴마크 시민인 에바 크리스티안센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신청한 3년 만기 대출에 대해 은행은 -0.01772% 금리를 제안했다. 결국 은행은 크리스티안센에게 매달 7크로네(약 1250원)의 돈을 주고 있다. 이는 덴마크가 201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현재 -0.65%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현재 -0.75%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나라는 저축을 하면 손해를 보고 소비가 미덕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거나 사실상 0에 가까운 이자를 받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 기준으로 보면 내가 보유한 돈의 가치는 더 빨리 하락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거나 가치가 저장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대표적인 것이 집이다. 시간이 흘러 감가상각을 통해 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돈의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집을 사는 것이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된다.

이런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WSJ에 따르면 덴마크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15년 상반기에만 8% 올랐고 스웨덴은 최근 1년간 아파트 가격이 16% 이상 올랐다. 주택가격 상승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사람을 늘리기 때문에 이들 국가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돈의 시간가치'도 흔들어 놓는다. 스위스 추크주(州) 지방정부는 세금을 미리 내면 납부액을 깎아주는 혜택을 없앴다. 과거에는 세금을 미리 받는 것이 지방정부에 이득이었다. 보유한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은 이를 은행에 맡기면 오히려 그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금을 제때 받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재테크에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은행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주식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당수익도 주기 때문이다.

채권에서도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은 이미 채권금리도 마이너스로 하락한 상태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9일 장중 한때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마이너스 금리라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보다는 주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는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는 일본 내 11개사 모두가 사실상 MMF 판매를 중단했다. MMF는 단기금융시장에서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그런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MMF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극히 어려워지면서 아예 고객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MMF의 현재 운용 수익률은 연 0.03%가량에 불과하다.

은행 금융 전산시스템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기존 전산시스템은 금리가 항상 양의 수치만 나올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화되면서 유럽은행들은 이에 맞춰 은행 전산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런던 소재 한 금융중개 회사의 임원은 WSJ와 인터뷰에서 "은행 지원부서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문제 해결에 많은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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