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체감온도 0도에서 만난 축구의 '맨살'

풋볼리스트 2016. 2. 9. 17:25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포항] 문슬기 기자= 2월 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 기온은 8℃. 전날보다 1℃ 높은 제법 따뜻한 날씨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4℃ 기온을 보인 서울과 비교하면 확실히 따뜻함이 느껴졌다. 설 명절을 맞아 KTX 포항역을 찾은 귀성객 일부는 패딩 또는 코트 등의 겨울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외로 향하기도 했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포항 스틸야드에선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영상 8℃의 기온은 그대로였으나, 체감 온도는 0℃였다. 이제 막 경기장 입구가 보일 뿐인데, 칼바람이 매서웠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옷차림이 겨울 날씨를 증명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선 패딩뿐만 아니라 손난로, 담요, 머플러 등도 지참해야 했다. 아직 겨울 직관이 두려운 팬들은 양지를 찾아 엉덩이를 붙였다. 역시 2월은 2월이었다.

이런 2월의 추위 속에서 펼쳐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포항스틸러스와 하노이T&T의 맞대결은 포항의 승리로 끝났다. 최진철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한 이 경기서 포항은 심동운의 해트트릭(전반 34분, 후반 17.39분)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추운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입장하는 모습에서부터 추위가 느껴졌다. 손 또는 맨살을 비벼 마찰로 체온을 높였다. 근육이 굳어 혹시 모를 부상을 대비한 동작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감독과 선수들은 날씨에 대한 코멘트를 잊지 않았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추운 날씨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며 경기 후 소감을 열었다. 시즌 첫 번째 경기를 해트트릭으로 장식한 심동운은 "오랜만에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도 추운 날씨 속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날씨 속에서 시즌을 치른 건 처음이었다. 아직 추운 날씨라 그라운드 상황도 좋지 않았다. 땅이 많이 딱딱한 상태였다. 추운 날씨에서 경기를 하면 움직임이 많이 제한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그나마 경기가 시작된 이후엔 땀이 나면서 몸이 조금 풀렸다. 그러나 혹시 모를 부상 위험이 있어 더 조심해야 했다. 선수들끼리도 계속 해서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으니 더 많이 뛰자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2월 날씨에 특히 더 괴로워하는 쪽은 하노이 선수들이었다. 뛰는 선수들이야 경기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나아졌다고 하지만, 벤치에 앉아있거나 언제가 될지 모르는 출전을 위해 가볍게 몸을 푸는 선수들은 추위에 어깨가 움츠려들기 일쑤였다. 그나마 지난해 겪은 과거 경험으로 강해진 게 다행이었다.

판 탄 헝 하노이 감독은 “지난해 2월 17일에 FC서울과 저녁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당시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경기에선 날씨나 환경 부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강한 포항을 상대하는 건 확실히 어려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추위와 함께 새 시즌이 시작됐다. 추위는 직접 경기에 나서는 선수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모두 괴롭혔지만, 포항은 이 추위 속에서 귀중한 첫 싹을 피워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치차리토 멕시코 대표팀 친구' K리그 입성...입단식까지 마쳤다
’포르투 돌풍’ 석현준, 투톱 실험에 ‘울트라 썬샤인’
맨유 ‘신성’ 박지성 극찬?...전세계 축구팬 낚였다
FIFA랭킹 발표….한국 ‘또 하락’ 53위-일본은?
K리그 외국인 선수 새해 인사 영상 '지렸다' 발언은 누구?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