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줄 떡 사러.." 설날 고속道 걷던 치매노인 구조
(용인=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설날이어서 우리 큰아들, 작은아들한테 줄 떡 사러 가는 길이야"
설날인 지난 8일 오후 9시 25분께 경기도 용인시 용인휴게소 근처 영동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구조된 A(76·여)씨가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양진승 경사와 김대원 경장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A씨는 불과 5분 전까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중앙분리대를 따라 고속도로 위를 위태롭게 걷고 있었다. A씨 옆으로 정체가 풀린 고속도로를 차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위기의 순간, 인근 용인휴게소 근처에서 순찰하던 양 경사에게 "할머니가 고속도로를 걸어가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왔다.
곧바로 출동한 양 경사와 김 경장은 A씨가 걷고 있던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4차로를 전면 차단하고 A씨를 순찰차에 태웠다. 오후 9시 23분 신고가 접수된 지 2분여 만이다.
추운 날씨에 얼마나 오랜 시간 고속도로를 걸었을지 모를 A씨의 몸을 녹이고자 용인휴게소로 순찰차를 몰던 양 경사의 눈에 A씨 목에 걸린 치매 환자 신분증과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마침 A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A씨 큰아들은 "설을 맞아 동생과 사시던 어머님이 처인구에 있는 저희 집에 오셨다가 혼자 가신다고 해서 근처 동생 집에 태워다 드렸는데 걱정돼서 전화했다"고 휴대전화 너머로 양 경사에게 말했다.
양 경사는 A씨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큰아들 집으로 가 A씨를 무사히 가족 품에 인계했다.
양 경사는 9일 "할머니는 발견된 곳에서 5㎞ 정도 떨어진 작은아들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다행히 고속도로 위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설날 자식들 줄 떡 사러 가는 길이라는 할머니 말씀에 마음이 짠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경찰은 A씨를 신고해 위기에서 구한 시민 6명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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