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노인수당 다 있는데 주부수당은 왜 없나"

조윤호 기자 입력 2016. 2.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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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부도 전문가” 외치며 비례대표 출마선언한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고양덕양을 여성위원장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인재영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인사영입에 못지않게 내부의 인재들을 발굴해야 하는 것도 정당의 책무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고양덕양을 여성위원장도 이런 문제의식으로 413 총선 비례대표 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영희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내세우는 전문성은 ‘주부’다. 남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천만 주부를 직능으로 인정하고 대표할 비례대표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남 위원장은 나아가 공약으로 △전업주부 행복수당 △전국 보육시설 국공립화 △가정살림 상담소 설치 △아동친화도시 건설 등을 제시했다. 왜 ‘주부’가 직능대표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걸까. 미디어오늘이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인근 카페에서 남영희 위원장을 만났다.

- 출마선언을 하셨는데, 정확히 말하면 비례대표 경선 도전이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을 보면 비례대표도 분야별로 추천 몫이 있고 경선에 접수하면 컷오프를 거쳐 중앙위원회에서 순위투표를 한다. 중앙위원으로서 그 안을 보면서 비례대표에 도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당 전체를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강하고, 그동안 열심히 여러 활동을 하던 걸 눈여겨봐주신 분들이 도전해보라고 하셨다. 아직 접수기간은 아니지만,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의 힘을 얻고 싶어 일찍 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

- 이미 많은 여성정치인들도 있는데, 주부 직능대표가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우선 주부라고 꼭 여성은 아니다. 전업주부인 남자도 있다. 청년, 노년 등 계층마다 직능이 다 있는데 주부는 빠져 있어서 대변하고 싶었다. 그간 여성단체에서 시민 운동하던 분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여성인권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여러 문제제기를 했다. 그 결과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유리천장이 있지만 교육 분야 등에서는 이제 여성이 앞서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정치로부터 소외된 부분을 대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계층이 주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1, 천만이 주부라고 하는데 주부들이 정작 정치참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직능대표든 단체영역이든 주부가 빠져 있다. 당의 목표인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게 뭘까. 이런 계층을 대변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겠나”

▲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고양덕양을 여성위원장. 사진=남영희 위원장 제공.

- 주부 층을 정치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나는 생활정치 영역에서 오래 활동했다. 3년 전부터 북카페 ‘오늘은쉬어야지’를 운영해왔다. 이런 활동을 한 이유는 많은 엄마들, 주부들이 ‘정치’ 이야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관계 있다고 하면 순혈하지 못한 것처럼 말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다. 따라서 협동조합이나 북카페 같은 정치문턱이 낮은 생활정치공간부터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하는 다양한 사업들로 자연스럽게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게 하고, 이런 활동들을 당이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여성위원회만 만들어놓고 행사 있으면 ‘몇 명 동원해주세요’라고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올 수 있는, 문턱 낮은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온다”

- 공약 중에 가정살림상담소 설치가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나

“전업주부들이 와서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다. 살림을 10-20년 하다보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냉장고 청소하는 법이라든가 큰 애와 둘째 애가 사이가 안 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보다 직접 눈앞에서 보고 배우는 공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부대끼는 공간이 필요하다.

- 실제로 요즘 1인가구가 많은데, 1인가구의 한 사람으로서 자취를 하다보면 궁금한 게 많이 생긴다. 변기나 세면대가 막히면 어떻게 뚫어야하는지 등등.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애매하다.
“가정살림상담소 설치란 동네에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주부 전문가가 한 두 명이라도 상주해 있는 것을 뜻한다. 요새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그러나 경력단절여성에 집중하다보면 경력조차 없는 사람은 소외된다. 결혼하고 일자리 경력을 갖지 못한 채 살림만 한 주부들이 많다. 가정살림상담소에서 이들의 주부경력을 인정해 채용하는 것이다. SOC에 쓰는 돈 아껴서 일자리사업으로 만들면 된다”

- 또 다른 공약으로 주부행복수당이 있다. 요즘 화제인 청년수당과 비슷한 개념인가

“청년수당, 아동무상복지, 노인수당 다 있는데 주부만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주부수당이다. 여성가족부 2015년 통계를 보니 일과 가사노동을 병립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10분이라고 하더라. 남성은 40분이다. 최저임금으로 쳐도 하루에 1만 8000원, 한 달로 치면 47~48만원, 50만원에 달한다. 가사노동은 노동력 생산에 필수적인데도 무노동 무임금의 영역인 셈이다. 가족 중에 누군가 가사노동을 하지 않고 외부의 누군가에게 시킬 경우 바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나”

- 청년수당도 비판을 많이 받는데, 주부수당이라면 더 반발이 클 것 같다

“청년수당도 과한 게 아닌데 포퓰리즘이니 악마의 속삭임이니 마약이니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부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혼인신고 이후 주부인증을 받고 10년 간 직장에 다니지 않고 가사노동을 하면 주부수당을 주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뒤 한 해 한 번, 기념일이나 자기 생일에 쓸 수 있는 50만원이 들어있는 카드를 줘서 빵을 사먹든 여행을 가든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게 만들면 된다. 노동의 대가를 다 주진 못하겠지만, 결국 이런 수당들이 생겨나면서 기본소득제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동친화도시를 만든다는 공약은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가

“성북구청에서 아이들의 등하교 길 안전을 위해 도로변에 옐로카펫을 까는 걸 봤다. 강남에서는 학교 몇 미터 내에 유흥업소 전단지를 뿌리지 못하게 한다. 이런 걸 전국에 다 퍼트려야 한다. 야당 지자체장들이 많기에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맨날 저출산 걱정하는데 말만 할 게 아니라 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무상보육도 해야 출산률이 높아질 것 아닌가. 2014년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여태껏 살면서 본 사건 중 가장 처참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렇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아이를 키우기가 무섭다”

-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인데, 너무 주부만 대표하게 되는 건 아닌가

“여성위원회 사업으로 마을에서 주부들을 모아 4회에 걸쳐 ‘주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다. 주부들의 걱정을 물어보니 남편직장걱정, 아들 취업걱정, 사교육 걱정 등이다. 남편 일자리, 자식 일자리 문제는 주부들의 관심사이자 가정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여야가 최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작은 기업들을 아무 때나 인수합병해도 되게 만들어놨는데 거기 다니는 남편, 자식들은 어떻게 해야되나. 근데 야당이 안 싸워준다. 거기다 노동개악으로 쉬운 해고까지 도입한단다. 주부들 입장에서도 너무 힘들다. 주부대표로서 이런 부분도 막고 싸워나갈 것이다”

▲ 남영희 위원장이 운영 중인 북카페 ‘오늘은쉬어야지’ ⓒ민중의소리
- 평범한 주부였던 분이 정치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은 전문대 항공학과를 나왔다. 대학가에서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질 때, 전혀 무관한 곳에 입학했다. 학생운동은 모르고 취업할 생각만 했다. 졸업 후 승무원으로 입사하고 일하면서 살았는데,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 등장이 계기가 됐다. 정치인들이 상고출신이라고 엄청 무시하고 후보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더라. 처음으로 나랑 비슷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 지 생각해봤다. 팬클럽은 아닌 것 같았다. 승무원 일을 하며 외국에 많이 다녀봤는데,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정당에 가입해 있다. 그 때 마침 유시민 전 장관이 주도하는 개혁당이 생겼고 월1만원 당비를 내고 가입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고 유시민 장관이 2003년 옆동네인 화정(경기고양 덕양갑)에 출마했다. 그래서 선거운동을 했다. 신념에 차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 선거운동이 재밌었다”

- 그리고 쭉 개혁당에서 활동했나

“선거운동 할 때는 몰랐는데 선거 끝날 쯤에 정치꾼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자기들끼리 ‘학번이 뭐냐’ ‘학교는 어디냐’ ‘너는 NL이냐 PD냐’ 이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모르는 이야기도 많았고 벽을 느꼈다. 우리끼리 하프(Half)공대라고 하는, 전문대 6년제 나온 내가 있을 데가 아니다 싶었다. 자존감도 상했고. 탈당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회사에 재입사하고, 그 이후에는 주부로 애를 키우며 살았다”

- 그 뒤로는 정치와 거리를 두며 살았나

“선거 때 자원봉사는 종종 했다. 여기저기서 부르더니 2010년 지방선거 때 모 의원이 서울시의원 공천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공천헌금을 1억 원 가져오라고 했다. 진짜 미쳤구나, 정치권이 이 모양이구나 싶었다. 그 때 정치인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같은 주부들이나 정치에 거리두는 사람들을 정치에 관심 갖게 하는 보좌관 업무나 선거 일은 하고 싶었다. 2012년 총선 때 아는 언니가 재선에 도전했는데 선거 사무장을 맡아달라기에 했고, 고양시에서 최다득표가 나왔다. 그 뒤로 우리 지역 국회의원을 도울 생활정치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협동조합, 북카페 등을 만들었다. 각종 강연이나 세미나룸으로도 사용되고, 대안학교 선생님들이나 공동육아 하시는 분들이 즐겨 사용한다”

▲ 남영희 위원장(왼쪽)과 위안부 소녀상. 사진=남영희 위원장 제공
- 정치인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

“시의원, 도의원은 개인기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꼼꼼하게 예산도 따져 봐야하고 혼자서 일하니까. 그런데 국회라는 곳을 들여다보니 소통할 수 있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으면, 좋은 사람을 볼 줄 알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생활정치를 이야기하면 시도의원 밟고 국회의원 되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역할이 다른데 진급하는 단계처럼 여겨지는 게 불편하다. 행정과 시민의 살림 맡아주는 분야, 그리고 법을 만드는 다른 역할이다”

- 주부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보나. 육아와 결혼 경험이 없어 평범한 여성이나 주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너무 자주해서 왜 저러실까 싶었는데, 이번 대통령은 정반대다. (웃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삶은 특별하지 않다. 그 정도 경험은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나, 본인만 먹고 사는 전문직이라면 상관이 없을 지라도 보통의 삶을 대변하려는 정치인이라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 교육할 때도 경험이 중요하다고 여행도 가보라고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대리경험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나. 경험에서 나오는, 삶에서 나오는 경험이란 게 있다. 부딪쳐 봐야 문제해결능력이 생긴다. 정치인에게 문제해결능력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 기존의 여성 정치인들이 남성중심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성화’되는 경향도 있다. 주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본인도 그렇게 되진 않을까

“그래서 주부들이 같이 뭉쳐줘야 한다. 여성은 개별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남성들은 서로 끌어주면서 집단적으로 강하다. 여성들, 주부들도 좀 더 뭉치고 자기 목소리를 낼 때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같이 뭉쳐서 바꾸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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