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톨게이트 직원 모습 방송보도..초상권 침해일까

김경학 기자 2016. 2. 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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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명절만 되면 항상 다뤄지는 방송보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귀성길·귀경길 고속도로 차량 소통 현황에 관한 것이다. 주로 톨게이트(요금소) 근처에서 기자가 리포팅을 하는 동안 화면에는 줄지어 있는 차량 또는 쌩쌩 빠른 속도로 운행되는 차량, 요금소 직원이 운전자에게 통행요금을 받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데 요금소 직원이 방송사가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방송사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경향신문 자료사진

설 연휴 기간이었던 2009년 1월25일 오후 8시 뉴스프로그램에서 귀성길 소통 상황이 보도됐다.

“도로공사 경남본부는 연휴 첫날인 어제 하루 OO고속도로를 통한 귀성차량이 모두 24만8000여대로 지난해 설 연휴 첫날보다 5만2000대가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OOO 요금소에서 OOO 김OO입니다.”

스튜디오에 있는 앵커가 고속도로 요금소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보도하는 방식이었다. 약 1분12초 분량의 보도 중 화면으로 요금소에서 요금을 받는 직원 ㄱ씨의 모습이 방송됐다. 해당 장면은 2007년 ㄴ방송사가 촬영해 보관하던 자료화면이었다.

ㄱ씨는 ㄴ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ㄱ씨는 한국도로공사 요금소 직원으로 일하다 2007년 2월 퇴사해, 다른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데 ㄴ방송사가 자료화면을 방송하는 바람에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ㄴ방송사는 2007년 촬영 당시 ㄱ씨의 묵시적 승낙 아래 촬영한 것이고, 공익을 위해 사용됐기 때문에 위자료를 줄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ㄴ방송사가 촬영에 대한 ㄱ씨의 묵시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ㄱ씨의 피해가 위자료를 줄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설연휴 귀성길 교통상황이라는 정보전달형 기사로 부정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점, ㄱ씨가 나온 방송 분량도 3초에 불과하고 ㄱ씨 표정도 밝아 통상의 경우라면 불쾌감을 느낄만한 장면이 아니”라며 “촬영 장소가 사적 공간이 아니고 ㄱ씨의 사적인 사항에 초점을 두고 촬영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2심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굳이 ㄱ씨 모습을 방송하지 않아도 됐고, ㄱ씨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을 생략할 필요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많은 이들에게 근무 모습이 노출되는 고속도로 요금소라 해도 이를 공공장소와 동등하게 볼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ㄱ씨 초상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표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직업이 노출됨으로 인해 심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ㄱ씨와 ㄴ방송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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