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석원이 밝힌 액션·배우 그리고 아내 백지영

2016. 2. 9. 09: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아닷컴]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정석원(32). 무도를 전공했으며 해병대 수색대를 만기 전역했다. 박성웅과 같은 액션스쿨 출신으로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다부진 체격과 남성적인 외모를 갖춘 정석원에 대한 키워드는 해병대, 상남자, 스턴트맨 등이다. 2013년 가수 백지영과 결혼한 후에는 ‘백지영의 남자’가 추가됐다. 이 같은 수식어는 그에게 고마운 타이틀이지만 동시에 캐릭터의 한계를 만들었다.

정석원 또한 대중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한때 그는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기도 했다. 출연 영화 ‘대호’에서 조선인 출신 콤플렉스로 가득 찬 일본군 장교 ‘류’처럼.

Q. ‘대호’에서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아쉽지 않나.

A. 만족해요. 이 정도로 나오다니, 신기하고 감개무량해요. 큰 작품에서 대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았어요.

Q. 류를 향한 “결국은 조선인 아닌가”라는 대사가 인상 깊더라. 캐릭터에 대입하는 과정에서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나.

A. 시대적으로 일본 군복을 입은 장교 류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한편 불안해하죠. 류에게는 ‘조선인’이라는 점이 콤플렉스인거에요.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채갈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조선인임을 거부하는 류의 피해의식에 대해 생각하면서 점점 그를 이해했어요. 저도 그런 게 있는지, 저를 가두는 인식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결합시켰어요. 저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누구나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이 있잖아요.

Q. 류와 같이 스스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시절이 있었나.

A. 서른 전에는 제 이미지가 ‘해병대’, ‘액션스쿨’, ‘체대’, ‘남자’ 등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이었어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죠. 예전에는 벗어나고 싶었어요.

지금은 긍정적으로 내가 ‘타고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타이틀이잖아요. 제 것이니까 다 안고 가려고요. 제 일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함으로써 피해의식이라든지 숨기고 싶은 것들 까지도 다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생겼어요.

Q.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의외로 액션 신이 거의 없더라.

A. 애초에 시나리오에서도 없었어요. 액션이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한 지 꽤 됐어요. 액션은 저에게 있어서 무기고 옵션이지만 그렇지만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요? 몸이 더 늙어서 말을 안 듣기 전에 한번 목숨 걸고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Q. 액션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히든카드’ 같은 건가.

A. 한때는 그랬죠. 그런데 매년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어요. 세월에 장사 없으니까요(웃음). 물론 지금의 제가 늙은 건 아니지만 몸을 잘 쓰는 나이가 있는 거니까요. 맘처럼 쉽지 않지만 역할에 액션이 필요하다면 미친 듯이 관리해야죠. 제가 잘할 수 있는 거 한번 보여드려야죠.

Q. 액션스쿨에서 시작해 배우가 됐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A. 잠깐 눈 감았다 뜨니까 이렇게 됐네요. 동기들과 김치찌개 먹으면서 ‘으쌰으쌰’했던 추억들이 떠올라요. 매니저도 없던 시절, 다 같이 차 한 대 빌려서 촬영장으로 이동하고 기름 값도 돈 모아서 냈어요. 가끔 액션스쿨에 배우들이 놀러오면 마냥 감탄했는데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 아직도 신기하고 재밌어요.

Q. 소속사 식구인 박성웅과 같은 액션스쿨 출신이라고. 만나면 과거시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나.

A. 형님과 그렇게 큰 대화는 안 해요. 형님이 항상 “우리는 뭐, 알잖아” 정도로 말하면 저는 “있죠”라고 대답해요. 그 말 안에 서브 텍스트로 다 전해져요(웃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 다 느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대호’에서는 소속사 큰 형님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A. 제가 선배님께 먼저 다가갔어요. 아버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숙제를 내주시면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랄까요. 영화를 위해서 저를 가르쳐주신 거지만 진심이 느껴졌어요.

선배님의 따뜻한 열정을 몸소 느꼈어요. 말씀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경청했죠. 그렇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게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배우와 배우 사이에서 서로가 조심스럽잖아요. 알게 모르게 눈치도 봤고 ‘내가 잘했나 잘못했나’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 촬영을 통해 마음이 뻥 뚫렸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Q. 기억에 남는 조언이나 순간이 있다면.

A. 매순간이요. 선배님을 만나면 자세, 태도, 멋스러움 등 무조건 무엇이든 배워요. 연기적인 세세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걸 떠나서 배우로서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방향 같은 것들을 인식시켜주셨어요. 전에는 막연하고 순수했다면 지금은 이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가지게 됐어요. 좀 더 차분해졌죠. ‘급하게 가지 않고 방향성을 뚜렷하게 잡고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해요.

사실 매 순간 흔들려요.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데 좀 더 진중하고 진지하게 바뀌어 가고 있어요. 이제는 ‘무조건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스스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요.

Q. 겉으로는 멘탈이 강해 보이는데 속으로 많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A. 멘탈이 강한 편이었데 많이 약해졌어요. 이 일을 하다 보니 예민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최민식 선배님의 “배우는 오감을 열어 둬야한다. 모든 걸 느끼고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말씀이 와 닿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선배님 말씀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Q. 연기 활동하면서 예민해진 건가.

A. 예민해졌다기보다 조금 더 세심해진 것 같아요. ‘대호’에서도 처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피해주지 말아야지’라고 싶었는데 그 생각이 오히려 저를 더 가두더라고요. 숲이 아닌 나무만 본 거죠. 제 부분만 너무 집중하다보니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반응을 하지 못했어요.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오감을 열어두려고 하는 연습을 이제 막 선배님을 통해 시작하게 됐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여러모로 뜻 깊은 작품인데. 아내 백지영 씨의 반응은 어땠나.

A. 다른 배우가 알려줬는데 아내가 영화를 보고 통곡하듯 울었대요. 와이프는 감성적이라 잘 울어요. 자기는 안 운다고 하는데 드라마 보다가도 노래 부르다가도 울거든요. 심사하다가도 울더라고요. 우리 영화 보고도 ‘와이프는 100% 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웃음).

Q. 혹시 본인도 잘 우나?

A. 저도 울보에요. 안 우는척하면서 울어요.

Q. 집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가.

A. 부부가 다 똑같죠. 시사회 같은 행사 외에는 같이 잘 안 다니지만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어요. 집에 있으면 같이 밥 해먹고 TV보고 얘기하고요.

Q. ‘쿡방’과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열풍인데 아내에게 자주 요리해주나.

A. 요리를 잘 안 해봤어요. 와이프가 아플 때 죽 한번 해 준 적 있어요. 이제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지인이 ‘게는 삶기만 하면 된다’면서 쉬운 요리를 알려줬는데 새해에는 도전해보려고요. 소스는…와이프가 만들고요(웃음). 아내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함께하거나 해주는 걸 좋아해요.

Q. 여성들이 꼽는 ‘워너비 남편’ 중 하나다. 과거 아내과 함께 찍은 커플 화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A. 제가 보기보다 장난기가 많아요. 와이프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데 그 모습이 예쁘게 찍힌 것 같아요. ‘워너비 남편’이요? 저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자기 사랑하는 여자에게 서툴게 표현하더라도 마음은 똑같을 거예요.

Q. ‘오다 주웠다’ 식의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반전의 느낌이다.

- 과거의 저는 원래 고정관념이 심한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버렸지만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 하나는 버리지 않고 있어요. ‘여자를 위하는 것’이에요.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는 말처럼 여자는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자는 하늘’이라고 생각하는데 와이프는 반대로 ‘남자가 하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존중하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 덕분에 많은 분들이 좋게 봐 주시는 것 아닌가 싶어요.

Q. 부러울 정도로 보기 좋다. 마지막으로, 새해 계획을 말해 달라.

A. 확실한 계획은 없어요. 예전에는 정확한 목표가 있었는데 이제 없어졌어요. 그냥 매 순간순간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소신은 지키면서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어요. 32살의 삶이 기대되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