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결혼관 들어보니.."연애 따로 결혼 따로"

윤수희 기자 2016. 2.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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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결혼 얘기 꺼내면 관계 다시 생각"..조건 따지다 초혼연령 갈수록 높아져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 취업준비생 A(30·여)씨는 설 연휴에 자신의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 A씨는 이미 여러 번 결혼하자는 남자친구의 말을 장난스럽게 뿌리쳐 왔다. A씨는 "남자친구는 이미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고 있지만 나는 준비가 안 됐다"며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 거절해야 하는데 이러다 헤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 회사원 B(35)씨는 3년 전 2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집에서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지 않으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이라 생각한 B씨는 별 고민 없이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결혼했다. B씨는 현재 부모님이 제공한 아파트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상대 달라도 합리적"

20~30대 사이에서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잡고 있다.

20~30대들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모토 아래 연애와 결혼을 아예 별개로 생각하거나 연애를 하다가도 막상 결혼 얘기가 나오면 망설이고 있다.

결혼전문업체 듀오가 지난해 7월 20~30대 미혼남녀 6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1.6%가 '연애와 결혼 상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현재에 연인과 결혼까지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비율은 45.6%에 달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답변을 종합한 결과 20~30대 미혼남녀가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질 확률'에 대해 예상한 비율은 47.5%로 절반이 안 됐다.

최근 초등학교 동창이 주선한 소개팅에 나갔지만 상대방을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한 김모(29·여)씨는 "상대가 싫어서라기 보다 이제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하기에 거절한 것"이라며 "결혼할 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전모(30·여)씨는 "대학 들어오자마자 돈 많은 사람과의 결혼이 목표라며 25살에 결혼한 친구가 있었다"며 "예전에는 '왜 저럴까' 싶었는데 잘 사는 모습을 보니 그 친구가 합리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해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결혼이 연애 걸림돌?…"결혼 생각 없으면 관계 다시 고민"

A씨의 사례처럼 자신의 처지가 결혼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부담감과 이로 인한 결혼 기피 현상은 연애의 걸림돌이 된다.

듀오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6.5%가 "결혼 생각이 없는데 연인이 결혼 이야기를 꺼낼 경우 일단 연애는 하지만 관계를 고민하거나 유보하겠다"고 답했다.

상대가 좋아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막상 결혼이라는 현실이 닥치면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이다.

이모(26·여)씨는 "남자친구의 집안이 잘 살아 몸만 오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부담스럽다"며 "갓 취업을 해서 모아놓은 돈이 없는데 막상 결혼하면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여자친구와 3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전모(31)씨는 "가정의 지원이 없다면 최소한 전세금 정도는 있어야 결혼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직장이 둘 다 서울인데 집값 낮추려고 무작정 경기도 모처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더 나은 상대로 찾고 싶은 욕구와 사랑해도 선뜻 결혼하지 못하는 망설임은 자연스럽게 혼인 시기 지연과 결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6.0건으로 관련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로 전년대비 각각 0.2세 높아졌다.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상승했다.

◇전문가 "결혼 큰 희생·용기 필요…상대 선택 존중해야"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소통전문가인 정혜전 피앤티컨설팅 대표는 "기성 세대는 적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과 스트레스가 강했다. 반면 20~30대는 결혼을 위한 결혼이 아닌 자신의 욕망이나 목표를 중요시한다"며 "사랑을 해도 결혼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함께 하고 싶다는 의식 없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사회적 욕망이 높아지며 결혼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지고 남성이 능력 있는 여자를 결혼 상대로 선호하게 되면서 연애와 결혼을 따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호 듀오 홍보 팀장은 "사랑하는 것조차 사치인 요즘은 결혼 상대자에게 원하는 조건이 연애할 때보다 더 다양하고 까다롭다"며 "결혼은 큰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만큼 결혼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풀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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