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대신 드론, 카톡 세뱃돈" 달라진 설 풍경

김종훈|이보라 기자|기자 입력 2016. 2. 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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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달로 편리해진 설 풍경.."빳빳한 지폐 필요 없어요"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이보라 기자] [기술 발달로 편리해진 설 풍경…"빳빳한 지폐 필요 없어요"]

한국모형항공협회 양천지회 회원 이모씨(40)가 신정교 공터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IT기술에 따른 생활 변화와 함께 설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연 대신 드론을 날리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세배를 받고 이른바 '카톡 세뱃돈'을 건네기도 한다.

설 전날인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신정교. 장정 열댓명이 둘레가 한아름쯤 되는 묵직한 검은색 박스를 들고 인근 공터로 모여들었다. '007 가방'을 연상케 하는 박스들에선 각종 전선과 조종기, 그리고 '드론'이 나왔다. 2년차 드론 조종사 이모씨(40)는 "명절에 나오느라 눈치가 보이긴 했다. 음식, 빨래도 다 해주고 아이들과 한참 놀아주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며 애지중지하는 드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청명한 하늘에 드론이 나는 소리가 윙윙 울려퍼졌다. 방패연, 가오리연 대신 드론이 하늘을 누비는 낯선 풍경에 어느새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노인 이모씨(80)는 "무슨 힘으로 저렇게 힘차게 날아다니는지 궁금하다"며 "기술이 발달하니 연 대신 드론을 날리나 보다. 신기하다"고 감탄했다.

이날 설 연휴를 맞아 '드론 비행쇼'를 선보인 이들은 드론 동호회인 한국모형항공협회 양천지회 회원들이다. 신정교에서 모이는 탓에 '신정 비행 클럽'이라 불리는 이들은 온라인 카페 회원 수만 2000명에 달하는 대형 동호회다. 주말마다 드론을 날린다는 이들은 설날에도 비행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회원들은 드론의 매력으로 '단순함'을 꼽았다. 올해로 경력 11년차라는 김모씨(51)는 "드론은 원격조종 헬기처럼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며 "일반인들도 5분이면 배우고 조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 김모씨(46)는 "원격조종 헬기나 비행기는 초보자가 조종하기 다소 어렵고 추락 위험이 크지만 드론은 보다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손쉽게 특별한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드론의 장점이다. 이씨는 "드론을 활용하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인 '버드뷰'를 찍을 수 있다"며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가거나 놀이공원을 갔을 때의 모습도 드론으로 담아 간직한다"고 전했다.

접근하기 힘든 자연 명소도 드론과 함께라면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김씨는 "드론으로 해안가, 절벽 등 궁금하지만 가볼 수 없는 곳을 촬영할 수 있다"며 "지상의 시야와 하늘의 시야는 천차만별"이라고 자랑했다.

다만 드론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100만~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대가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게다가 배터리 지속시간이 20~30분밖에 되지 않아 집중하면서 조종해야 한다.

직장인 김모씨(28)가 조카에게 '카톡 세뱃돈'을 건네는 장면./ 사진=독자 제공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액정을 사이에 두고 세배와 세뱃돈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동탄에서 설을 쇠는 직장인 김모씨(28)는 전북 전주에 있는 조카를 보기 위해 영상통화를 걸었다. "세뱃돈 줄게"라는 말에 조카는 누나에게 스마트폰을 맡기고 넙죽 세배를 했다. 김씨는 "올해도 밥 많이 먹고 쑥쑥 자라자"라는 덕담을 건네고 '뱅크월렛 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미리 등록해 둔 계좌를 통해 뱅크머니에 조카 삼남매에게 줄 9만원을 충전하고 카카오톡 계정으로 송금하기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내친 김에 김씨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삼남매를 위해 '베스킨라빈스 하프갤런'까지 카카오톡 선물함을 통해 보냈다.

김씨는 스마트폰과 핀테크 덕분에 설날이 훨씬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조카의 계좌번호를 물어볼 필요 없이 바로 세뱃돈을 보낼 수 있어 정말 편리하다"며 "이제 더 이상 세뱃돈으로 쓸 빳빳한 지폐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카톡 세뱃돈 덕분에 다른 친지들과의 '눈치싸움'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김씨는 "카톡 세뱃돈은 1대 1 온라인 대화 공간에서 따로 전해주는 돈"이라며 "봉투를 보고 '얼마나 줬냐'는 질문을 받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이보라 기자 fishm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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