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주의②]은행권 초임 삭감?.."지나친 간섭" VS "임금 현실화 필요"

이근홍 2016. 2. 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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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5000만원 은행원 초임 낮출 것
은행권 "협의 없는 임금 깎기, 내부갈등만 키울 수 있어"
신규직원 채용·고용안정 위해 일부 조정 가능 의견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큰 반발 없어…"이미 시행 중"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현재 5000만원 수준인 은행원의 초봉을 낮추겠다고 밝혀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군필자를 기준으로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5000만원이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연봉은 5500만원으로 가장 높다. 이어 우리은행 5100만원, 국민은행 4900만원, KEB하나은행 4800만원 순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대기업 대졸 정규직의 초봉은 4075만원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일 회원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성과주의 도입을 통해 은행원 초봉을 타 산업과의 형평성에 맞게 현실적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 "은행권의 현행 임금 및 보상체계, 고용구조 및 노동 관련법은 고도 성장 당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정착된 것으로 이제는 개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시장의 수요공급과는 무관하게 기존 고임금 호봉체계에 맞춰 신입직원 초임이 결정되다보니 청년정규직 채용 회피와 중장년 근로자 상시퇴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봉을 현실화하겠다는 건 기본적으로 임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초봉을 어느 정도까지 내릴진 결정하지 않았지만 5000만원 수준인 은행권 초봉은 어느 산업과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계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단협을 앞두고 사측 대표자들이 이같이 강력한 조정안을 들고 나오자, 노조와 각 은행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기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변인은 "당초 금융당국이 얘기한 금융개혁의 핵심에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간섭 축소, 낙하산 인사 근절 등이었다"며 "하지만 정부의 강압 때문인지 금융개혁의 방향이 자꾸만 성과주의 확산 쪽으로만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원 초임이 타 산업과 비교했을 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졸 취업자 중에서도 우수한 인력들이 영입되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신입사원 연봉이 타 산업보다 높으니 성과주의를 도입해서 무조건 낮추라는 정부의 발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은행 관계자는 "회사마다 신입 직원을 뽑는 기준이나 고액 연봉을 주는 이유 등이 모두 다를텐데 금융개혁을 위해 초임을 일괄적으로 깎겠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신입사원 초임이 삭감되면 임금테이블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이 경우 기존 직원과 비교해 적은 연봉을 받는 신입사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나아가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경기와 취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삭감폭이 어느정도 일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은행권 연봉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만큼 일정 부분 조정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단 사측은 초봉 삭감을 통해 신규직원 채용, 고용 안정 등에 매진하겠다는 약속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성과연봉제 비중을 금융공기업보다 높은 30% 이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반발이 적었다.

이는 이미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C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시중은행 중에는 이미 성과연봉 비중을 3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다수의 직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사측이 과도한 적용 비중을 제시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떠나 노사 합의 사안인 임금체계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금융개혁 취지에 맞게 금융당국이 민간회사들을 압박하는 모습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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