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떠난 홍기택 "난 청소하러 온 사람..먼지 난다고 탓해서야"

2016. 2. 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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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도 이익 내며 해야..손실 누적되면 국민·정부에 부담" "15년 전과 수출 기업·산업 지금도 똑같아..능동적 변화해야"

"정책금융도 이익 내며 해야…손실 누적되면 국민·정부에 부담"

"15년 전과 수출 기업·산업 지금도 똑같아…능동적 변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중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선임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부실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고 이임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일 이임식을 치른 홍 전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졌던 일각의 비판에 대해 "청소하러 온 사람에게 먼지가 난다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며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려 노력했다"며 팬오션의 정상화, 대우증권 매각 등 재임 기간에 이룬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15년 전의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과 산업이 지금도 똑같다"며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피동적으로 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새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는 시장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홍 전 회장은 중앙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거쳐 2013년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그는 AIIB에서 투자와 재무 위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총괄하는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Chief Risk Officer)로 일하게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 AIIB 부총재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AIIB의 목표는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에 인프라투자를 해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아시아인의 복지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언제부터 어디로 출근해서 일하게 되는 건가.

▲ 베이징 본점으로 출근해야 한다.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4월 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 1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국제기구 부총재를 맡게 됐는데.

▲ 13년 전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중국이 가입하고 지분이 커지면서 우리가 밀려났다. 이번에 AIIB가 출범하니 국력에 맞는 자리를 찾으려고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아직 AIIB에 미국과 일본이 들어와 있지 않다. 앞으로 지분의 변화가 생긴다면 (부총재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선임 직후 국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되도록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기여할 게 있으면 좋겠다. 한국 기업과 아시아 국가의 경제개발에 도움이 되는 '윈윈'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산업은행 회장으로서의 지난 3년을 되돌아본다면.

▲ 취임 당시 STX는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황이었고, 동양·동부 등의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작년에는 대우조선 사태도 있었다. 지금도 현대상선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기업이 몇 개 보인다. 한 마디로 굉장히 힘든 시절에 산업은행에 온 것이다.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잡음도 생겼다. 돈을 받고 싶어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못 주겠다고 하면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은 돈을 그냥 주는 곳이 아니다. 살아날 곳이면 지원하는 것이고, 가능성이 없다면 아까운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잘 따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당국자들과도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원칙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려워진 곳에서는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할 수는 없었다.

-- 가장 보람된 일로 팬오션 정상화, 금융자회사 매각을 들었는데.

▲ 팬오션은 산업은행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끌어안았으면 산업은행에 더 많은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결국 시장원리에 맞게 이해 당사자들이 다 책임지는 방향으로 처리했다. 고가 용선 선주들이 손실을 많이 부담했고, 회사채를 가진 이들도 부담했다. 그 결과 매출규모는 줄었지만 회생에 성공했다. 대우증권도 그동안 매각이 되지 않고 있던 것을 십수 년 만에 이뤘다. 쌍용양회도 매각이 힘들었는데 강하게 추진해서 이뤄졌다.

--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일을 꼽자면.

▲ 대우조선 문제 때문에 산업은행이 공격을 많이 받았다. 대우조선을 관리하면서 부실을 왜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해양플랜트라는 게, 대주주라고 무조건 들어가서 상황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장을 바꿔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 강하게 추진했고, 정성립 사장을 모셔와서 그분이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고 전임 사장이 분식회계 등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미필적 고의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더라도, 명백한 고의는 이야기할 수 없다. 정성립 사장이 가서 열심히 찾아본 것이다.

-- 취임 초기부터 재임기간 내내 비판이 끊이지 않았는데.

▲ 앞서 이야기했듯 신규 자금을 원하는 곳은 많은데 잘 따져서 지원하려 하다 보니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만을 무마하려고 다 지원했다면 산업은행의 부실은 심화됐을 것이다. 그런 부실은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억울한 면이 있다는 것인가.

▲ 산업은행의 부실이라는 것이 5∼10년 전에 대출·보증·투자를 했는데 산업이 어려워지자 부실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이다. 일부에서 마치 내가 부실을 만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털어내려고 하니 부실이 나오는 것이다. 안 털어내면 그 부실이 계속 쌓여서 커지게 된다. 나는 청소를 하러 왔다. 그런데 청소하러 온 사람에게 청소하는 과정에서 먼지가 난다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

-- 앞으로 산업은행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정책금융을 과다하게 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 안 된다. 산업은행도 이익을 어느 정도 내면서 정책금융을 해야지, 손실을 누적시키면 국민과 정부에 부담이 된다.

-- 3년간 산업은행 회장을 맡으면서 느낀 우리 기업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

▲ 15년 전의 수출 기업, 산업이 지금도 똑같다. 변신을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피동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능동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금 정부에서 창조경제 등으로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려 하는데,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산업은행도 그 방향으로 신용공급,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 그렇게 한다면 우리 경제가 나아질 수 있을까.

▲ 지금 문제가 되는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력이 있는 부분만 남겨둬야 한다. 새로운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는 시장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핀란드를 보라. 노키아가 망하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의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걱정만 하면서 지금의 산업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우리 국민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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