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노숙인들.."명절에 가족들 더 그리워"

이준석 2016. 2. 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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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준석 기자 =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설날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설에 돌아갈 곳이 없어 외롭게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집을 떠나 길거리를 떠다니는 노숙인들의 이야기다.

설 당일인 8일 오전 11시30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공원에는 종교단체에서 진행하는 무료급식이 한창이었다.

식사메뉴는 설 대표 음식인 떡국과 전·쌀밥·깻잎 장아찌가 후식으로는 약과와 커피가 나왔다.

이날 공원에 모인 40여명의 노숙인은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각자 벤치나 바닥에 앉아 식사를 했다.

노숙인 김모(56)씨는 "40대에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사장님 소리를 들어가며 살았지만 회사가 망하고 노숙자 신세가 됐다"며 "잘 나갈 때는 명절에 어머니와 조카들에게 용돈도 주고 화목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면목이 없어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집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서울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체면 때문에 10년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노숙생활을 하게 된 박모(59)씨는 "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했는데 우울증이 심해져 가족들한테 피해가 될까 집을 나오게 됐다"며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자유로움은 좋지만 오늘 같은 명절이면 가족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박씨는 "하루빨리 가족들한테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안정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이 집을 나온 이유는 제각기 달랐지만 설에 가족이 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종교단체 관계자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식사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하루 한 끼는 명절 음식을 먹으며 이들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원·성남·부천·의정부 등 경기지역 7개 시·군 14곳에서 무료급식소가 운영됐다.

l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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