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격전지 대구 수성갑, 설 민심 들어보니
(대구ㆍ경북=뉴스1) 이재춘 기자 = "그래도 지켜야 안 되겠나"
"무슨 소리하노, 인자는 바뀌어야 한다카이"
'대구의 정치1번지'로 불리는 수성구, 그 중에서도 김문수·김부겸이라는 두 거물 정치인이 맞붙는 '수성갑'에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둘 다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려 전국적 관심지로 떠오른 이 지역은 '진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이다.
또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과 달리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한판 붙는 '험지 중에 험지'로 꼽힌다.
4·13 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대구 수성갑의 밑바닥 민심을 들어봤더니 "지켜야 한다"는 쪽과 "바뀌어야 한다"는 쪽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한 백중세다.
설인 8일 택시기사 한모(63)씨는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김문수 찍겠다는 사람하고, 김부겸 찍겠다는 사람하고 비슷비슷합니더. 어제는 친구 사이처럼 보이는 승객들이 탔는데 김문수, 김부겸 놓고 한참 싸우기도 했심더"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단골메뉴는 단연 '정치'다.
수성구에서 8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조성식(가명·58)씨는 "손님들 술상에 최고 안주는 정치 얘깁니더. 앉았다 하면 김문수, 김부겸 얘기부터 합니더"
'지켜야 한다'는 쪽과 '바뀌어야 한다'는 쪽은 예비후보자들의 정치 철학이나 정책 공약 같은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다만 '보수냐 진보'냐, '여당이냐 야당이냐' 하는 것에 더 목을 맨다.
'보수론자'들은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것은 보수이고, 보수의 핵심은 바로 TK"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대구에는 다양성이 없다. 정치에도 마찬가지다.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광주의 이정현(새누리당)처럼 대구에도 그런 인물이 한명 쯤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최근 '진박' 논란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TK 선거구 27곳 모두 새누리당이 독차지하고 있는 일당독점 구도의 틀에 조금씩 틈이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 틈은 대구 12개 선거구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두텁고, 젊은층이 몰려있는 '수성갑'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 틈이 점점 벌어져 '둑'이 터지는 이변이 생길지, 아니면 역대 선거처럼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공식이 유효할지 아직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회사원 이준식(40·대구 수성구)씨는 "직장에서든, 동네에서든 이전 선거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제는 둘(김문수·김부겸)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치인이라서 고르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lea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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