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모스크바 제설 작업에 동원된 '황금손'

하준수 2016. 2.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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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의 왕국’ 러시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어느덧 한국인들에게는 '겨울왕국', '눈의 왕국'으로 각인돼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겨울이 춥고 길고, 눈이 많이 온다는 얘기일 것이다(그런데 올 1월엔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더 추웠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모스크바에는 1월과 2월에 눈이 집중적으로 내려서 90cm~1m 정도의 적설량을 보인다. 최근 3년 동안에는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초부터 자주, 많이 눈이 내리고 있다. 10cm 가까이 내린 날이 1월에만 5일이나 된다.

지난 연말 한때 영상 9.1도까지 올라가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더니만, 새해 들어 눈이 많이 오고 기온도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자, 모스크비치들은 '이제야 러시아 겨울답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튼 눈이 많이 내린 덕분에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게 됐고, 모스크바 시 당국의 '제설 매뉴얼'을 입수해 취재를 나서게 됐다.

■ “눈 내리기 무섭게 치워버리죠.”

1) 제설 1단계: 날씨 정보 + 사전 조치
1단계로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우선 날씨 정보를 꼼꼼히 분석한다. 큰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 다리나 고가도로, 경사진 언덕 등 사고가 예견되는 지역에서 차량들을 미리 소개시킨다.

2) 제설 2단계: 대형 제설차(밀대)
실제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제설 작업이 시작된다. 매뉴얼 상에는 최초 5cm 정도 눈이 내리면 대형 제설차가 동원된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한밤중이든 낮이든 제설차가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밀대를 장착한 대형 제설차들이 6차선 대로 상에서 일렬로 나란히 눈을 밀고 가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다. 제설차 앞에 달린 대형 밀대는 오른쪽으로 각도가 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도로변으로 눈을 밀어붙이게 돼 있다. 또 제설차들은 대형 탱크를 싣고 다니는데, 이 탱크에는 염화칼슘이 실려 있다. 차량 앞부분 밀대로는 눈을 치우면서, 차 뒤쪽으로는 염화칼슘을 대로에 뿌리고 다니는 것이다.

염화칼슘은 대로 상에는 물론 인도에도 원 없이 푸짐하게 뿌리고 다니는데, 이 때문에 눈이 빨리 녹기도 한다. 다만, 워낙 많은 양을 뿌리는 바람에 외출 한번 나갔다 오면 신발에 허옇게 염화칼슘이 묻어 나는 부작용이 있다. 모스크바는 겨울이 긴 만큼, 염화칼슘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신발이 쉽게 닳는다.

3) 제설 3단계: '황금손' 제설차

도로변에 눈이 수북이 쌓이면, '잘라뜨이예 루츠키(золотые ручки)', 이른바 '황금손'으로 불리는 제설차가 등장한다. 앞부분에 달린 기계장치가, 마치 두 손으로 눈을 쓸어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황금손'이 수거한 눈덩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자동으로 옮겨져, 바로 뒤따라 오는 대형 트럭에 실린다. 한 차량 가득 실리면, 또 다른 트럭이 임무 교대한다. 산더미 같은 눈덩이를 실은 대형 트럭들은 지정된 처리장소로 이동한다. 눈이 한번 내리면, 이렇게 눈을 실은 대형트럭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4) 제설 4단계: 눈 처리장

러시아에서는 수집된 눈덩이를 산업폐기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아무 데나 버려선 안되고 반드시 지정된 처리장소로 보내야 한다. 사실, 눈의 양이 워낙 많아 마땅히 버릴 곳도 없다. 눈 처리장에서는 트럭들이 싣고 온 눈덩이들을 잘게 부숴서 하수구로 내려보낸다. 하수구는 온도가 지상보다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눈이 녹는다. 다만, 눈 녹은 물을 그대로 모스크바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화학적 처리를 거쳐 정화한 뒤에 흘려보낸다고 한다.

이 같은 눈 처리장이 모스크바 주변에 56개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 처리하는 눈의 양은
55만㎥에 달한다. 1월 들어 처리한 눈의 양이 560만㎥ 라고 한다. 이 같은 눈 처리장 외에도,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제설작업 현장에 145개의 '이동식 처리장(Mobile snow-melting points)'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불을 피워 그 열기로 현장에서 눈을 녹이는 장치다.

인도나 공원,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덩치가 작은 제설차들이 쉴새 없이 눈을 치우고 다닌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만 8천 대의 제설차량과 6만 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해 24시간 제설작업을 벌인다고 소개했다.

눈도 많이 오지만, 신속한 제설 작업 덕분에 시민들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모스크바의 자랑이다. 단,이것은 어디까지나 모스크바 시의 이야기다. 다른 지방도시는 모스크바만큼의 제설 능력이 안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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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수기자 (ha6666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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