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도전하는 천재 '마타' 조세형, 중국에서의 1년을 말하다

2016. 2. 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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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한국을 떠나 해외로 적을 옮겼다. 그중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블루의 선수 전원이 중국으로 이적하면서 많은 팬이 충격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중국으로 떠난 '마타' 조세형은 한국을 찾아 국내 팬들에 대해 '그리움'이라 표현했다. 한국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고, 롤챔스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기란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조세형은 자신의 발로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혹자는 돈 때문이라고 그의 이적을 폄하하겠지만, 당시에만 해도 조세형 스스로는 더 이상 국내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세형은 데뷔한 해에 롤챔스 우승과 준우승 그리고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모두 경험했다. 여기에 단 한 번도 롤챔스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슬럼프와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14년에는 형제팀 모두가 승승장구하며 '삼성 왕조'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조세형의 첫 실패는 LoL 201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이었다. SK텔레콤 K, 나진 블랙 소드와 함께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조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처참한 결과에 삼성 화이트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세형은 쏟아지는 팬들의 비난을 '자극'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2014 롤드컵에서 우승, 멋지게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린 다음, 유유히 중국 무대로 떠났다. 비시 게이밍(VG)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조세형의 중국 생활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LPL 우승도 하지 못했고, 롤드컵 진출에도 실패했다. 오히려 부적절한 행동으로 벌금을 물기도 했고, 주위 인물들과의 불화설도 돌았다.

물론 조세형의 중국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조세형은 포모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한국이 아닌 중국 무대를 택했던 이유
 
"원소속팀과 계약이 끝난 뒤에 다른 팀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국내 팀에서 활동하고 싶었는데, 기존 멤버들과 함께 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조건이 맞지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같이 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생각했어요."
 
조세형은 삼성을 떠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다섯 명이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한 팀 체제로 규정이 바뀌면서 염원하던 롤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충격적이었던 중국에서의 첫 시즌
 
"원래 누구와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어요. 한국 선수 두 명밖에 출전이 안 되고, 다들 따로 가는 분위기였으니까요. 그때 (최)인규가 같이 하자고 해서 믿고 따라갔어요."
 
조세형은 '옴므' 윤성영 코치를 포함해 '댄디' 최인규와 같이 VG로 둥지를 옮겼다. 팀에서 첫 시즌을 보낸 그는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에 정말 잘하는 선수들 많아요. 그런데 최고인 선수는 굉장히 극소수에요. 그럼 제 마인드로는 최고가 되기 위해 잠을 줄이거나 대부분 시간을 연습에 쏟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에 놀랐어요. '왜?'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못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노력을 안 하는 게 아쉬운 거죠."
 
한때 '5부 리그'라 조롱받기도 했던 중국 리그에 대해 조세형은 실력이 아닌 마인드의 차이라고 평했다. 특히 조세형은 자신이 정말 집중하는 시간을 새벽으로 꼽았는데, 중국 선수 중 몇몇은 그 시간에 연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다면, 중국에서는 본인이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랐다.
 
 바람 잘 날 없었던 2015년, 불신 그리고 구설수
 
중국 LPL을 굳이 찾아보지 않는 팬들에게 조세형은 '퇴물'이라 표현되기도 했다. 2015 LPL 스프링 정규시즌 4위를 하며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서머 시즌 역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서포터라는 포지션에 국한된 조세형이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모인 LPL에서 팀원들의 한국 서버 티어가 형편 없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 한국 서버에서는 다이아몬드 2~3 티어 정도 밖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같은 프로게이머인데 팀원 탓을 할 수는 없죠. 티어가 낮기는 했지만(웃음). 경기 내에서 처음 겪는 경우가 많아서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화가 난 적은 없었어요. 저야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격려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중국 선수들의 노력을 지적하기에 앞서 조세형도 구설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 데마시아 컵 iG와의 대결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당시 한 손으로 플레이한 것과 좀처럼 볼 수 없는 제이스 서포터를 골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멘탈 관리를 못 했던 제 잘못이에요. 정신을 놓았는지, 감정 조절을 못 해서 게임을 정말 하기 싫었어요. 그건 무조건 제 잘못이라 벌금도 물었고, 변명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기대하고 지켜봐 주신 팬들께 죄송할 따름이에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LPL 2016 시즌 이적시장이 열렸다. VG와 3년 계약이었던 조세형은 RNG로 이적하면서 윤성영 코치와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올랐다.
 
"성영이 형의 선수 시절부터 포함하면 3년 정도 같이 했어요. 제가 보기에는 불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영이 형이 코치니까 여러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저도 피드백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의견이 달랐던 거에요. 절대 불화가 있다거나 서로 싫어하는 관계는 아니었어요."
 
 국내 복귀에 대한 소문
 
국내 복귀에 대해 질문을 하자 조세형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팀 명을 밝힐 수 없지만 국내 팀 이적 가능성이 있었고, 조금이나마 한국 무대에 대한 미련이 있던 조세형의 마음이 흔들렸다.
 
"저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다 보니 중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은 식생활이나 잠자리 그리고 연습환경 등 모든 면에서 편하잖아요. 그러잖아도 한국 팀과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그런데 계약이라는 게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모르니까요."
"돈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활동한다면 SK텔레콤에서 하고 싶었죠. 최고의 팀이고,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잖아요. 물론 지금은 '울프' 이재완 선수가 있으니 제가 간다 안 간다 정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죠."
 
"저는 프로가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때, 현재는 연봉 그리고 은퇴 후에는 커리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커리어와 돈 모두를 잡고 싶은데, 중국으로 떠날 당시에만 해도 참가했던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어요.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로서 돈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돌이켜 본 1년, 롤챔스가 최고인 이유
 
조세형이 SK텔레콤을 가고 싶었던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 팀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체험을 해보고 싶고, 왜 최고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이 괜히 e스포츠 강국이 아니에요. 중국과 비교를 하면 한국의 연습환경은 정말 좋아요. 재정적인 지원은 잘 모르겠지만, 프로게이머에게 필요한 코칭스태프와 연습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배워야 해요. 한국 팀은 합리적인 이유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선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코칭스태프가 존재해요. 이런 환경이 갖춰진 팀들이 있는데, 리그 수준이 최고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다른 대륙 팀들은 한국 선수들이 껴있다 보니 언어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요. 단순히 핑이나 중요한 단어로 소통하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언어 통일은 롤챔스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죠."
 
 늘 의심 받아야 했던 최고 서포터의 자리
 
국내 무대에서 조세형만큼 많은 선수와 비교를 당한 이는 드물다. 소위 말하는 2013 SK텔레콤 K와 2014 삼성 화이트 중 누가 최고인지 혹은 '매드라이프' 홍민기, '푸만두' 이정현과의 비교 등 최고의 자리에서 계속해서 검증을 받아야 했다.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비교라는 건 팬들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흥미요소잖아요. 제 기분과 별개로 존중해야죠."
 
"그런데 뻔한 대답이 아닌, 순수하게 제 생각을 말한다면 2013 SK텔레콤 K보다는 2014 삼성 화이트가 더 강해요. 그리고 그때 삼성 화이트보다 2015 SK텔레콤이 더 강하죠. LoL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팀이 나와요. 지난 메타를 모두 겪고 지금의 팀이 완성되니까요. 이 기세로 ROX가 우승하면 2016 ROX가 최강인 셈이죠."
 
"홍민기 선수보다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국내 무대에서 이정현 선수보다 못한 시즌이 있긴 했지만, 어떤 서포터와 비교해도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이상혁 선수도 '다데' 배어진이나 (허)원석이에게 많은 경기에서 무너졌지만, 늘 자신이 이길 수 있고 최고라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저도 그런 자신감은 늘 가지고 있어요."
 
▶ 두 명의 천재 ‘페이커’ 그리고 ‘마타’
 
국내 몇몇 프로게이머들은 LoL에서 두 명의 천재를 꼽는다. 바로 조세형과 '페이커' 이상혁이다. 한 선수는 조세형을 두고 "조세형은 서포터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LoL 그 자체를 잘하는 선수"라 극찬했고, 또 다른 이는 "페이커와 마타는 LoL계의 '메날두'(메시와 호날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과분한 평가라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요. 그리고 요즘은 플레이보다 소통이 중요해요. 솔직하게 컨트롤이나 순간적인 피지컬은 다 비슷해요. 그런 소통마저도 지금은 다섯 명 모두가 함께할 정도로 발전했잖아요. 이제 저만의 뚜렷한 장점은 모두가 가능한 일이 됐어요. 그런데 이상혁 선수는 독보적이잖아요. 저는 롤드컵 실패라는 부진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이상혁 선수는 적으로 만났을 때도 느꼈는데 매번 잘해요. 누구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지금 실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점에서 본받아 마땅해요."
 
▶ 마타가 뽑은 Best5
 
"팀마다 형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린' 장경환, '벵기' 배성웅, '페이커' 이상혁, '프레이' 김종인 그리고 제가 한팀이 되면 괜찮겠네요. 이렇게 보면 장경환 선수가 큰 형이 되고, 모두 게임 내 플레이나 소통 부분에서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선수들이에요. 물론 '폰' 허원석도 정말 손에 꼽을만한 미드 라이너인데, 이상혁 선수와 (허)원석이의 발전 폭이 차이가 있어요. 둘 다 똑같이 실력이 늘고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성장 차이가 이상혁 선수가 좀 더 앞선다고 생각해요."
 
▶ 다시 도전하는 롤드컵
 
"지난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해서 정말 아쉽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 팀에서 더 잘한다면 롤드컵에 복귀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한국팀이 참가하는 IEM 같은 국제 대회에서 배우는 자세로 임할 생각이에요. 당연히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는데, 더 잘하는 선수들에게 패배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고 배워야죠."
 
▶ 팬들이 바라는 ‘구’ 삼성 갤럭시의 귀환
 
국내 LoL 팬들은 2014년을 이끈 ‘구’ 삼성 갤럭시와 지금의 ‘신’ 삼성 갤럭시로 구분 짓는다. 선수단 전원이 바뀐데다 최강 SK텔레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구’ 삼성의 압도적인 경기를 추억하기 때문이다.
 
"꼭 삼성이나 MVP가 아니더라도 저희가 같이 뭉쳐서 도전한다면 우승할 자신은 있어요. 아쉽게도 저희가 뭉칠 가능성은 절대 없지만요(웃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기에는 멀리 왔죠. 혹시 삼성 블루 멤버들이랑 섞인다면 모르겠네요."
 
▶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현실적으로 말하면 해외 무대에서 데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대우 받기도 어렵고,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가 거의 없어요. 단순히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어서 해외로 진출한다면 상관없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가치가 떨어지겠죠. 최고가 되고 싶으면 한국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갔으면 좋겠어요. 한국 무대가 왜 최고인지 경험한 뒤에 다양한 대륙에서 활동하면 언어나 문화 차이 같은 것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새해 소망과 인사
 
"저는 올해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당장 우승하겠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다시 많은 팬이 저에게 기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작년 한 해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주셔서 외롭지는 않았지만, 종종 한국 팬들이 그리울 때가 많았어요. 이렇게나마 인사할 수 있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올해 원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길 바랄게요."
 
손창식 기자 safe@fomos.co.kr 사진=김인태 기자 mykitma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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