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m 산위에서 내리꽂는 2.6km 롤러코스터

2016. 2.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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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리랑의 향기가 살아 숨쉬는 강원도 정선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인 2016 아우디 국제스키연맹(FIS) 스키 월드컵 대회(2월6~7일)가 열렸다. 2월 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입구에 마련된 셔틀 버스를 타고 정선 알파인 경기장으로 향했다. 설 명절 연휴인데다 강원권이라 가는 길이 순조롭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2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시사회’격인 2016 아우디 국제스키연맹(FIS) 스키 월드컵이 열린 정선 알파인 경기장.    

 

국내 최대의 급경사로 난이도가 높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가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올겨울 이상 고온으로 보기 드물었던 눈이었지만, 가리왕산으로 둘러싸인 국내 최초의 활강경기장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는 설경이 펼쳐졌다.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183만㎡의 부지에 들어선 이 경기장은 세계적인 스키장 설계자인 버나드 루시(스위스)가 원래의 지형과 나무를 최대한 살려 디자인했다는 곳이어서인지 자연이 공존하는 듯했다.

곤돌라가 쉼 없이 고지를 향해 올라가고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을 찾은 전 세계 스키인들에게 따뜻한 차와 모자를 나눠주며 반겨줬다. 경기장 취재를 하면서 볼펜이 얼어 메모가 어렵다고 하자  “스키장 취재를 올 때는 꼭 연필을 준비하라. 등산화는 필수다.”라고 조언하며 샤프펜을  건네기도 했다.

한복을 차려 입은 마스코트가 반갑게 관중을 맞았다.   

정선아리랑 가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27명의 대원과 함께 한 고종범 정선군 산불진화대장은 “이 경기장은 국내 최고의 급경사로 눈과 슬로프 상태 등 여러 면에서 선수들이 호평을 했다. 우리 고장에 이런 시설이 갖추어져 지역민으로서 힘이 난다. 주위가 산림으로 이루어진만큼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딱 2년 남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겠다.”라며 경기장을 안내했다. 

2016 아우디 FIS 스키 월드컵 대회에는 20여개 국, 260여 명의 선수단을 비롯해 국제·국내연맹, 관중 등 2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핌픽의 시사회격인 이번 대회가 개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리왕산의 정기를 받으며 경기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경기장은 2014년 5월 공사를 착수했다. 하지만 환경훼손 논란 등으로 공정이 늦어진데다 작년 말 잦은 비와 연약지반 등의 현장 여건으로 장비 투입이 어려워 공사가 지연됐다. 그 때문에 정상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여론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조직위와 강원도, 공사 관계기관 등은 지난해 야간 공사를 비롯해 크리스마스, 연말과 신정 연휴에도 공사를 진행한 끝에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이 결과 지난 1월 20일 국제스키연맹에서 코스 승인을 하기에 이르렀다. 월드컵 경기를 해도 전혀 손색없이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기 위한 최소 시설인 곤돌라와 스키 코스, 안전 펜스 등이 갖춰졌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전체 공정률의 62%를 달성했다.  

경기에 앞서 정선아리랑 군립합창단, 연희단 팔산대, TAPOS가 공연을 펼쳤다.     

 

각국 태극기를 들고 응원에 나선 사람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박수를 보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1560m 산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약 2600m 길이의 활강코스로 표고차(출발과 도착 지점의 고도 차이)는 852m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비해 코스 길이가 짧고 표고차도 적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특별한 점은 직선 코스가 거의 없고, 다양한 슬로프와 코스를 갖췄다는 것이다.

점프와 기문 지점들도 다채롭다. 4개의 아름답고 훌륭한 점프 코스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 중 약 200m 정도는 공중에서 날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좋고, 심한 굴곡이 있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코스다. 

알파인 스키는 알프스 산악지방에서 발달한 스포츠로 경사면을 빠르게 내려오면서 깃발사이를 지그재그로 턴하며 내려오는 경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첫번째 테스트 이벤트 시상식 장면. 2017년 3월 이 경기장에서는 2017 아우디 FIS 스키 월드컵대회 여자 경기가 열린다.

이 곳은 모든 경기장과 시설이 올림픽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30분 거리 이내에 배치됐다. 관람석은 6000석(좌석 3500, 입석 2500석)이다. 경기종목은 활강, 슈퍼대회전, 복합이며, 시설규모는 남자 2852m, 여자 2388m, 슈퍼대회전 2217m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알파인 경기장 설계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버나드 루시의 사연이다. 루시는 국제스키연맹(FIS) 활강경기장 코스디자인 전문가로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과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의 활강경기장을 디자인했다. 

경기가 끝난 뒤 질서정연하게 경기장을 내려오고 있는 관중 행렬.

한국은 2010년에 평창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01년부터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 금메달리스트이면서 은퇴 후 코스 설계자로 활동하고 있는 루시와 함께 경기장 설계에 착수했다. 설계까지 포함하면 정선 가리왕산에 경기장을 건설까지 기간은 세계 최장 기록으로 무려 15년에 걸쳐 진행된 셈이다.

통상 알파인 경기장은 남녀를 구분해 두 가지 코스를 만들지만, 정선 알파인 경기장 코스는 하나다. 당초 조직위는 가리왕산의 중봉과 하봉에 코스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중봉에 고목과 희귀식물이 몰려있어서 하봉에만 코스를 만들기로 했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환경피해를 최소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남녀가 동일한 코스에서 경기를 하지만 세팅은 다르므로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고 코스의 난이도 역시 조절이 가능하다.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17일 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경기가 열릴 정선 알파인 경기장 입구.

국제 스포츠계에는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축구,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모두 다 유치하는 스포츠 그랜드슬램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5개 국가(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만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우리나라도 평창올림픽 유치로 세계 6번째로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17일 간 100여 개 국 5만여 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패션(Passion, 올림픽 정신과 한국의 따뜻한 정), 커넥티드(Connected, 평창의 새로운 시작과 세계의 조화 )를 슬로건으로 열릴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우리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와 발전을 마련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책기자 최정애(프리랜서) cja30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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