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철새와 인간

김철민 2016. 2. 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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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낙원 ‘주남 저수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주남 저수지는 말 그대로 철새들의 낙원이다. 구룡산과 백월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낙동강 물을 수원으로 삼아 약 600여 ㏊ (약 180만 평) 규모의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대형 저수지라는 이점 때문에 해마다 약 150 여종의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저수지 주변에 광활한 늪지와 갈대가 자생하고 있어 여러 가지 민물고기와 새우, 조개 등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해마다 11월쯤 되면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고니, 제203호인 재두루미,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등 20여 종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와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철새들은 이듬해 3월까지 여기서 월동을 한 후, 시베리아 등지로 날아간다.

어민과 환경단체의 해묵은 갈등….

그런데 이 주남 저수지를 터전 삼아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창원시 동읍 어업계에 소속된 어민 20여 명이다. 이 어민들은 모터를 장착한 동력선 22척을 이용해 저수지에서 민물고기를 잡는 등 어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민들은 1.5 m 크기의 소형 어선을 타고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어로 활동을 벌여 연평균 3 천만 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이 어로 활동에 전적으로 생계를 의지하며 사는 전업형 어민들이다.

그런데 약 10여 년 전부터 이 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의 개체 수가 줄기 시작하자 환경단체들은, 주민들의 어로 활동 때문에 철새 개체가 줄고 있다며 고기잡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동력선의 모터 소음이 철새들의 휴식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대손손 고기잡이를 해왔던 어민들은, 배스, 블루길같은 외래 어종 유입과 퇴적물 증가에 따른 수심 변화가 철새 개체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며 맞서고 있다.

철새와 인간의 ‘불안한 동거’

철새 개체 감소는 탐조객 등 외지인 유입 감소와 관광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창원시는 중재안을 내놨다.

지난 2009년부터 지역 어민들의 '겨울철 어로행위'를 제한하고, 대신 어로행위 제한에 따른 '어업손실 보상사업'을 시행해 왔다. 즉 해마다 11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3개월간 주남 저수지에서의 어로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그 대신 어민들에게 보상금 1억 9 천만 원을 지급했다. 어민 한 가구당 약 860만 원 정도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창원시의 중재안은 환경단체와 어민들 양측 모두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어로행위가 재개되는 2월 초는 철새들 월동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때라 철새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일찍 북상하게 되고, 그럴 경우 충분히 먹이를 먹지 못해 도중에 굶어 죽거나 번식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창원시가 " 철새와 습지를 보호하자는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과 생물 다양성 보호 협약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어로 활동 금지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석 달간 고기를 못 잡는 대신 받는 보상금 860 여 만원으로는 가족을 생계를 부양하는 것도 힘들다"며 반발했다. 어민들은 "철새 때문에 대대로 가업처럼 물려받은 고기잡이를 그만둘 순 없다"는 입장이다.

철새는 떠나는데 해법은 없나?

올해도 주남저수지엔 재두루미 245 마리, 큰고니 1천 550 마리, 청둥오리 3천 마리 등 철새 32종 9천 700 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월 1일부터 어김없이 주남 저수지에서 어로 활동이 시작됐다.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은 2월부터 어민들이 고기를 잡기 시작하자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철새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즉 "큰고니의 경우 지난달 26일에는 천 550여 마리가 있었으나 지금은 370 여 마리만 관찰됐고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철새들 대부분이 어로 활동 재개 이후 급격히 저수지를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따라 "어로행위 제한 기간을 2월까지 연장하고, 대신 어민들에게 보상금을 더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창원시는, 당장 어민들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인 데다 보상금 추가 확보 등 예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어로 활동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민기자 (kimmin@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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