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통치 막 내린 미얀마 종교갈등 우려

2016. 2. 7. 14: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극우 불교단체 지도자 반무슬림 동영상·혐오연설 논란

극우 불교단체 지도자 반무슬림 동영상·혐오연설 논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군부통치가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 출범을 앞둔 미얀마에서 종교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군부 정당을 지지한 극우성향의 불교 지도자가 동영상과 혐오 연설 등으로 불교도와 무슬림간의 종교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극우성향의 미얀마 불교단체인 '마 바 타'(Ma Ba Tha, 민족종교 보호를 위한 애국연합)의 지도자 위라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무슬림 남성의 불교도 여성 성폭행 및 살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포스팅했다.

'더 블랙 데이'(The Black Day)라는 제목이 붙은 6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검은 피부에 턱수염을 기른 남성이 절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끔찍한 장면이 담겨 있다.

지난 2012년 미얀마 서부 라킨주(州)에서 벌어진 무슬림 남성들의 27세 여성 성폭행 살해 사건을 재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범행에 가담했던 3명의 무슬림 남성 가운데 2명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공범인 다른 1명은 수감 도중 자살했다. 이 사건은 불교도와 무슬림간의 보복 폭력을 유발해 200여명이 죽고, 14만명이 집을 잃었다.

문제의 동영상은 사흘만에 페이스북에서 삭제됐지만 클릭 수가 12만회를 넘었고, 다수에 의해 공유됐다.

위라투는 미얀마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조만간 출범할 NLD 정부가 이 나라의 민족과 종교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동영상 제작·유포 배경을 설명했다.

동영상을 게재한 위라투가 속한 '마 바 타'는 이종교인간의 결혼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 극우성향의 불교단체다.

동영상을 유포한 위라투는 '마 바 타' 내부에서도 가장 도발적인 선동가로 악명이 높다. 로힝야족 탄압 등 미얀마의 반이슬람 운동을 주도했다. 2003년 반무슬림 유혈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구금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라이벌이자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지지했다.

특히 그는 '마 바 타'가 만든 종교법안을 비판한 유엔 인권특사를 '창녀'라고 비난하고 쌍욕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불교계의 빈 라덴' '나치식 불교 지도자'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문제의 동영상 유포 전에도 '혐오 연설' 성격의 법문으로 반무슬림 정서를 자극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총선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수치 여사의 NLD도 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라투나 그가 속한 '마 바 타'를 쉽게 통제할 수도 없고 협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분쟁·안보 연구기관인 C4ADS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 바 타는 집회와 입법 캠페인, 강력한 미디어 네트워크, 법원과 경찰에 대한 압력 행사 등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비록 마 바 타가 라이벌인 군부의 정당을 지지했지만, NLD는 이 단체와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마 바 타 지도자들이 대놓고 반 NLD 주장을 한 만큼 USDP의 총선 패배가 당혹스럽겠지만, 총선 결과가 자신들의 조직을 오래 유지하는데 물리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 北 위성체 궤도 진입…美본토 타격능력 과시
☞ "별점의 노예 아냐" 자신하던 스타 셰프의 자살
☞ 죽을 줄 알았던 환자가 설 명절에 사과들고 나타나
☞ "병사들의 따뜻한 누나"…최전방부대 여군 군종장교
☞ '나는 놈'…사건무마 명목 사기 피의자 등쳐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