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복권 열풍에도 시무룩한 연금복권

남상욱 입력 2016. 2. 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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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탓인지 복권 당첨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작년에 팔린 복권은 3조5,551억원어치로, 지난 2003년 4조2,342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로또의 인기는 어마어마합니다. 판매액만 전년보다 2,082억이 늘어난 3조2,571억원에 달하는데요. 한 장에 1,000원이니까 한 해에 32억장 이상이 팔린 겁니다. 게다가 전체 복권에 있어 판매 비중을 따져보면 로또가 91.6%로, 복권 구입자 10명 중 9명은 로또를 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복권이 다 잘 팔렸을까요? 예외가 있는데요. 연금복권입니다. 연금복권은 번호가 인쇄된 복권을 구입한 뒤에 추첨된 번호와 일치 여부를 따져보는 건데요. 로또가 나오기 전, 과거 주택복권과 같은 식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복권입니다. 일종의 ‘주택복권’의 적자 혹은 후계자격으로 보면 됩니다.

연금복권의 지난해 판매액은 964억원이었습니다. 2014년에 비해 9억원이 감소한 수치인데요. 2011년 7월에 출시된 이후 2012년(2,146억원 판매) 반짝 인기를 끈 뒤로는 매년 1,224억원(2013년)→973억원(2014년)→964억원(2015년)으로 하락세입니다.

이유는 역시 ‘한 방’이 약하다는 건데요. 연금복권 1등에 당첨이 되면 10억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연금복권의 취지에 맞게, 당첨 시점부터 20년 동안 매달 500만원의 당첨금을 나눠 받는 식입니다. 세금을 빼고 나면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70만원 정도. 큰 돈이기는 하지만, 인생 역전을 꿈꾸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요즘은 로또 1등 당첨금도 10억원 내외인 경우가 많긴 한데요. 그래도 목돈을 받는 것과 연금으로 나눠 받는 것의 차이가 분명히 있나 봅니다. “연금 복권 당첨돼 봐야 차 한 대도 못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를 두고 고심 중입니다. 정부는 복권 판매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저소득·소외계층을 지원하는데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복권 판매 증가로 작년에만 1조4,399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가 있었는데요. 그러니 복권 판매를 늘리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판매가 부진한 연금 복권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건 당연한 거겠죠.

그런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판매량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당첨금을 올리는 건데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첨자의 안정적인 생활비 공급’이라는 연금복권을 만든 취지가 사라져버리게 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금 복권과 로또는 정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로또가 인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연금 복권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설명합니다. 경제가 조금 나아지면 로또의 ‘한 방’보다는 연금복권의 ‘안정적인 수입’을 찾게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과연 언제쯤 연금 복권의 인기가 되살아날까요?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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