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의 풋볼씬] 아우크스부르크가 자존심과 기록을 잃은 날

김한별 2016. 2.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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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잉골슈타트 (독일)] 김한별 기자= 아우크스부르크가 잉골슈타트와의 더비 경기에서1-2로 역전패했다. 단순한 리그 경기 패배가 아니었다. 드레싱룸 분위기는 삭막했고 믹스트존 인터뷰는 다소 상기되었다. 선수들과 감독 모두 비긴 경기를 놓쳤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럴 법도 했다. 지난 6일(한국 시간) 열린 15/16 분데스리가 20라운드 경기에는 자존심과 기록이 모두 걸려 있었다.

S#1. 더비 경기 패배, 자존심을 잃었다

FC아우크스부르크와 FC잉골슈타트는 지리적으로 80km 남짓 떨어져있다. 기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만큼 가깝다. 두 팀간의 경기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유때문에 ‘지역 더비’ 경기로 치러진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은 잉골슈타트를 진정한 지역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907년 창단한 유서 깊은 클럽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시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주로 2~3부리그를 전전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한때 4부리그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부지런히 승격에 도전한 끝에 11-12시즌부터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 합류했다.

반면 잉골슈타트는 분데스리가 클럽 중 가장 짧은 구단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4년 지역 내 소규모 클럽인 ESV 잉골슈타트와 MTV 잉골슈타트를 합병해 재창단했다.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잉골슈타트가 고공행진을 시작한 건 지역 대기업인 아우디가 메인 스폰서로 나서면서부터였다. 아우디의 막대한 자금에 힘입어 잉골슈타트는 작년 시즌, 창단 11년만에 1부리그 승격을 달성했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은 팀을 “Ein kleiner Verein mit einer langen Geschichte”(긴 역사를 가진 작은 클럽)이라고 소개한다. 양 팀 모두 바이에른 주의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작은 클럽이지만 두 팀을 가르는 명확한 차이를 ‘역사’에 둔 것이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이 잉골슈타트와의 더비 경기에 심드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갑자기 등장한 클럽을 진정한 지역 라이벌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원정팀 응원석 입구에서 만난 아우크스부르크 열성팬인 패트릭(28세)과 마틴(20세)은 “아우크스부르크가 잉골슈타트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 우리는 긴 역사를 가진 '진정한' 클럽이다. 잉골슈타트는 돈으로 승격을 샀다. 우리는 차근 차근 1부리그에 올랐고 유로파리그에 진출했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잉골슈타트를 라이벌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 둘은 단호하게 “Gar nicht(전혀)”라고 답했다.

반면 잉골슈타트의 팬인 크리스토프(36세)와 그의 딸 알리사(14세)는 잉골슈타트가 아우크스부르크보다 나은 점에 대해서 “올 시즌 경기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라운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 시즌 도르트문트 홈에서 대패를 당하고 오지 않았는가. 두 팀 다 수비적으로 경기를 펼치지만 우리는 이기는 경기를 한다. 우리 역사는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상대전적도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다.

08/09시즌부터 이어진 두 팀의 대결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완전한 우세였다. 2부리그 시절 아우크스부르크는 잉골슈타트를 상대로 네 번 싸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잉골슈타트가 1부리그에 승격한 후 재개한 더비의 전세는 뒤집힌 흐름이다.

올 시즌 3라운드에서 아우크스부르크는 홈에서 잉골슈타트에 0-1로 패했다. 그리고 20라운드 잉골슈타트 원정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는 1-2로 역전패했다. 올 시즌 아우크스부르크는 더비 경기에서 2전 전패했다.

S#2. 기록은 모두 멈췄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은 “무승부였다면 공정한 결과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 한번의 오심 때문에 우리의 연승 행진이 멈추게 되었다”라며 후반 막판 잉골슈타트에 주어진 페널티킥이 부당했다며 언성을 높였다. 골키퍼 마빈 히츠와 페널티킥 선언 당시 볼 경합을 했던 얀 모라벡 역시 주심을 비난했다.

"최소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며 집착한 이유는 승점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날 패배로 아우크스부르크는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이날 최소 무승부를 거뒀다면 8경기 연속 무패로 구단 사상 최다 무패 기록 타이를 이루었을 것이다.

더불어 3경기 연속 무실점도 멈췄다. 이날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면 아우크스부르크는 구단의 연속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었다.

기록을 뒷전으로 하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만약 85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아 무승부를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무패행진 기록은 챙겼겠지만 자존심은 챙겼으리라 단언하기 어렵다.

이날 잉골슈타트는 총 24회 슈팅을 기록했다. 이는 잉골슈타트의 한 경기 최다 슈팅 기록이다. 상대 보다 한 발 더 뛰는 타이트한 플레이로 중위권에 순항중인 잉골슈타트는 이 날 더비 경기에서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유지했다. 뛴 거리에서도 전후반 모두 아우크스부르크에 앞섰고 스프린트 횟수에서도 큰 우세를 보였다. 심지어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 더 많은 스프린트 횟수를 기록했다.

반면 아우크스부르크의 후반전은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전들어 점유율을 잃고 상대에 무더기 공격을 허용하는 약점이 다시 드러났다. 후반 70분 야심차게 영입한 공격수 핀보가손을 투입했지만 활약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전 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 교체 공격수들이 그러했듯, 핀보가손이 수비에 가담해야 할 상황이 더 눈에 띄었다.

결국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 45분을 다시 숙제로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힘든 하루였다. 연속 기록은 모두 멈췄고 자존심도 구겼다. 적지에서 잃은 것이 많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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