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평소 3배, 환경미화원에게 연휴는 딴 나라 얘기"

이재윤|이보라 기자|기자 2016. 2. 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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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만명 서울 영등포구 관리하는 환경미화원 140여명..'수고한다' 말한마디에 격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이보라 기자] [37만명 서울 영등포구 관리하는 환경미화원 140여명…'수고한다' 말한마디에 격려]

환경미화원. 사진과 기사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 사진제공 = 뉴시스

"설에 고향 안 간지 얼마나 됐는지, 잘 기억도 안나네요. 한 10년은 됐나"

설 연휴 첫날인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쉼터에서 만난 15년차 환경미화원 김모씨(50대)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고 싶어도 꿈도 못 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곳 쉼터를 이용하는 환경미화원 140여명은 올해 설 연휴에도 고향길에 오르지 못했다. 대체인력이 부족해 휴일은 주말과 관계없이 평소에도 1~2일이 전부인 환경미화원들은 이번 설 연휴도 최소 2~3일은 출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기준 37만명이 거주하는 영등포구 전체(여의도 제외)를 맡고 있는 이들은 이 날도 평소처럼 오전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3차례에 걸쳐 거리의 쓰레기를 쓸어담았다. 남은 나흘의 연휴도 상황은 마찬가지.

특히 연휴 기간에는 일요일과 같이 절반만 출근해 근무하다 보니 청소구역은 2배로 늘어난다. 서울시 전체의 4%가량인 영등포구 24㎢의 도로를 70여명이 청소해야하는 셈이다. 이들은 이마저도 인원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명절에 내려가지 못하는 게 처음엔 많이 아쉬웠지만 이젠 면역이 생겨 감흥도 없어졌다. 포기했다"며 "특히 명절 때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3배 정도는 더 나와 힘들다"고 말했다. 영등포 역 이용객이 크게 늘어나고, 역귀성객도 많아 오히려 평일보다 쓰레기 양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

10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30대)는 "9년째 설에 내려가지 못하니 친척 동생의 얼굴까지 까먹을 정도다. 이제는 서먹해져 서로 연락도 하지 않게됐다"며 씁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은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연휴에 쉴 수 있는 직업이 부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우리가 3일만 쉬어도 아마 서울이 쓰레기로 난리가 날 것"이라며 "일하면서 보람도 많지만, 빨간 날까지 일하러 나올 때는 솔직히 남들이 부럽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우리도 사람인데 가끔씩 시민들이 '고생한다'는 말이라도 해주면 기분이 좋고 더 힘이 난다"며 "우리가 일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힘들어서 잠시 쉬고 있으면 볼썽사납게 보는 시선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 이보라 기자 fishm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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