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주지 않겠다" 10여곳 동시다발 '反난민·이슬람' 시위
극우 조직 주도로 獨 드레스덴·佛 칼레 등 10여 개 도시 집회
'난민 찬성' 맞불 시위도…경찰-시위대 충돌로 수십명 체포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유럽에서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드레스덴과 프랑스 칼레 등 10여 개 유럽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반(反) 난민·이슬람' 시위가 진행됐다.
AF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동시다발 반 난민 시위는 독일의 반 이슬람단체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의 제안으로 열렸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서구 문명이 이슬람의 유럽 정복으로 조만간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슬람·난민 반대 행진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페기다의 본원인 독일에서는 수천명이 동부 드레스덴에 모여 '유럽을 요새로!"라는 푯말을 내걸고 '유럽 사수'의 의지를 보이는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엘베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중동·북아프리카 등지로부터의 대규모 난민 유입과 그에 따른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상당수는 난민 우호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었다.
페기다 창립자인 루츠 바흐만은 불참한 가운데 인근에서는 페기다의 극우 노선에 반대하는 시민 2천명이 모여 '나치가 설 자리는 없다', '외국인혐오·악선전에 반대한다' 등을 부르짖었다.
현지 경찰은 양측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1천명의 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했다.
유로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이 모여드는 곳인 프랑스 서북부 칼레에서는 난민 집회 도중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칼레 현지 경찰은 최루가스 등을 쏘며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20여 명을 체포했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페기다에 자극받아 결성된 극우단체 2곳의 회원 등 5천명이 모여 행진을 벌인 가운데 크고 작은 충돌로 시위 참가자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페기다 결성 집회와 반(反) 페기다 집회가 함께 열려 양측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이 같은 '맞불 집회'가 이어졌다.
수백 명 시위대는 각기 '이슬람주의자는 가라', '난민 환영' 등 상반된 내용의 피켓과 깃발 등을 들고 나섰다.
현지 경찰은 두 세력이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기마경찰과 시위진압경찰을 동원해 분리벽을 세웠으며 몸싸움 등을 빚은 시위대 10여 명을 체포했다.
영국에서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인 버밍엄에서도 수백 명이 각기 페기다 찬반 집회를 벌였다.
이밖에 폴란드 바르샤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오스트리아 그라츠, 유럽 밖인 호주 캔버라 등에서도 난민 유입과 이슬람교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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