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돌싱'의 명절나기.. "출구전략도 없다"

김하늬 기자 2016. 2.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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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년 전 부인과 합의 이혼한 직장인 권00(41, 서울)씨는 초등학생 딸이 한 명 있다. 권 씨는 지난해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한 마디씩 걱정(?)해주는 말이 내심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애가 아빠랑만 살더니 몇 달 새 얼굴이 까칠해졌네', "애 더 크기 전에 새엄마 찾아줘야지" 라는 말을 듣는 게 애를 혼자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권 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딸과 여행을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부모님의 전화로 포기했다. 어머니는 "애가 무슨 죄니. 친척들 보고 새뱃돈도 받고 해야지. 함께 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 결혼 1년 만에 성격차이로 갈라서 '돌싱'이 된 박00(35, 서울)씨는 명절이 끔찍하다. 이혼 사실을 먼 친척까지는 아직 알리지 못한 까닭이다. 지난 추석에는 회사 일을 핑계로 혼자 시골집에 내려가 명절 아침상만 함께 먹고 서울로 후다닥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는 주말부터 시작해 대체휴일까지 5일이나 되다 보니 이렇다 할 핑곗거리도 찾지 못했다. 작은 아버지나 고모 등 명절에만 얼굴 보는 친척들이 "신랑은 어디 두고 혼자 왔냐"고 물어보면 뭐라 일일이 답해야 할지 고민이다.

미혼 남녀뿐만 아니라 '돌싱'들도 명절이 점점 두려워진다. 재혼 길을 알아보라며 보채는 일부터 생활, 육아, 아이들 교육까지 친척들의 관심이 온통 쏠리는 까닭이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 공동으로 전국의 돌싱남녀 476명를 대상으로 '명절 때 친척들이 가장 많이 재촉하는 재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성응답자의 27.3%는 "아이에게 엄마가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성응답자의 31.5%가 "혼자 애를 키우며 살기는 힘들다"며 재혼을 성화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남성은 ‘혼자 외로운데 재혼해야지’(24.%), ‘빨리 재혼하여 자식을 낳아봐야지'(16.4%)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들도 '나이 더 먹기 전에 재혼 상대 알아봐야지'(26.9%),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20.2%)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설문을 진행한 온리-유 측은 “돌싱 남성은 자녀 돌보기가 서툴고, 돌싱 여성에게는 아무래도 가정 경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많다"며 "가족 등 친지의 입장에서는 돌싱들을 안쓰럽게 보는 편이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부추긴다고 꼭 재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재혼여부는 어떤 요인에 의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 남성은 ‘본인의 판단’이라는 대답이 32.4%로서 가장 많았고, 여성은 '자녀의 의견'(33.2%)가 많았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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