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그래도 막막한 우리 아버지
[앵커]
대한민국 평균 가구당 빚 6,181만 원,
쉴새 없이 가족만을 위해 달려온 아버지들의 책임일까요?
가족들과 잘 살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만하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를 황보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사]
서울의 한 중소 건설업체에 다니는 올해, 55살의 강대식 씨.
20년 넘게 부산과 울산 건설 현장을 누빈 베테랑 토목기술자로 서울 본사 상무로 진급한 능력 있는 가장입니다.
하지만 강 씨는 지금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대식 / 중산건설 상무 : 아무래도 지방하고 서울 쪽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서울에 오는 건 솔직히 경제적인 문제, 가격 때문에.]
그래도 가족만 생각하면 늘 힘이 난다는 강대식 씨.
12년 전 혈혈단신 서울 상경 길에 오를 때 강 씨가 제일 먼저 챙겨온 것도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앳된 두 딸의 사진입니다.
[강대식 / 중산건설 상무 : 월급쟁이가 월급 받아서 애들 교육 시키고 먹고 살아야 되지. 솔직히 월급쟁이가 별도로 저축을 한다는 건 안 힘들었겠나.]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퇴직’생각을 안 할 수 없다는 강 씨. 요즘엔 부쩍 노후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습니다.
[강대식 / 중산건설 상무 : 애들 시집도 보내야 하고, 솔직히 벌어놓은 건 없고. 노후 생활 상당히 걱정은 많이 됩니다.]
서울과 부산...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강 씨 가족의 가계부입니다.
한 달 평균 수입 500만 원. 그 중 400만 원은 부인과 두 딸, 그리고 장인 장모가 함께 사는 부산으로 보냅니다.
400만 원으로 살아야 하는 5인 가족의 부산 살림.
주택자금으로 빌린 5천 만 원에 매달 이자까지 내야 합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강 씨의 한 달 생활비는 100만 원.
기본적인 식대와 교통비로 절반을 쓰고 나머지 50만 원으로 이것저것 쓰며 한 달을 납니다.
귀갓길에 오아시스 같은 소주 한잔.
[기자 : 제일 좋았던 기억이 있으세요?]
[강대식 / 중산건설 상무 : 먼저 떠오르는 게 우리 큰 애 대학 들어갔을 때 합격 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가 제일 기쁘지 않았나... 지금은 노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게 맞는데 딸이 결혼해야 하면 퇴직금을 받아서 그쪽에 먼저 줄 수 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는 자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잘 살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하지만 강대식 씨에겐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강대식 / 중산건설 상무 :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다른 옆으로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힘들죠. 혼자서 객지 생활하고 힘든데 어차피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앞만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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