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알차게]"조카들, 얼마줘야 할까?"..직장인 '세뱃돈 스트레스'

이혜원2 입력 2016.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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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올해는 조카가 한 명 더 생겨서 걱정이에요."

직장인 A(33)씨는 다가오는 설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모처럼 5일간 긴 연휴를 보낼 생각에 어깨가 들썩이다가도 명절에 발생할 지출이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 용돈에 조카들 세뱃돈까지 준비하려면 적잖은 돈이 나가는 것이 사실. 지난해 조카가 한 명 더 태어나 지출이 늘게 됐다며 A씨는 벌써 걱정했다.

명절을 앞두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세뱃돈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1명이 '가장 부담스러운 설날 경비'로 세뱃돈을 꼽았다.

부모님 용돈과 선물 비용 못지않게, 동생과 조카들에게 주는 일종의 '용돈'으로 직장인 지갑에서 한숨 소리가 나오는 셈이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초등학생 1명과 미취학 조카 6명이 있다"며 "조카들이 섭섭해 하지 않을 만큼 주려면 족히 10만원은 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초등학교 저학년까진 5000원을 주고 싶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1만원 이상은 줘야 할 것 같다"며 "과자 서너 개만 사도 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세뱃돈은 본래 조선시대 '문안비'에서 유래했다. 여성들의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정초에는 특히 여성의 바깥출입이 금기시됐다.

며느리를 위해 사돈댁에 음식과 함께 여종을 보내 대신 인사를 하는데, 여종을 딸처럼 생각한 사돈이 노잣돈 차원으로 돈을 줬다.

세뱃돈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 화폐경제가 발전하면서 아이들이 세배하면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게 됐는데, 점차 화폐단위가 커지면서 세뱃돈 액수도 증가해 어른들에게 적잖은 부담 거리가 됐다.

이관호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 관장은 "중국에선 세뱃돈으로 몇백만원을 주기까지 해 사회문제가 된 상황"이라며 "한국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중학생 이상만 돼도 최소 3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받길 바라고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만 두둑한 세뱃돈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차모(32)씨는 "나이가 어리다고 적게 줄 수도 없다. 얼마 전 4살 난 지인 아들에게 용돈으로 1000원을 쥐여 주자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며 "이번 명절 때 조카들을 만나면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1만원은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서운하지 않을 세뱃돈은 얼마일까.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4.5%가 미취학 아동의 적정 세뱃돈으로 1~3만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약 15%는 "5000원 이하도 적당하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에게는 2명 중 1명꼴인 55.5%가 1~3만원을 꼽았다. 34.7%는 4~9만원까지 줄 의사가 있었다.

대학생 세뱃돈은 4~9만원이 41%로 가장 많았으며, 10만원 이상도 27.1%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얼마를 받고 싶을까.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초등학생 21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가 세뱃돈으로 총 20만원 이상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5명 중 1명 5만원 이하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설의 본래 의미를 되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세뱃돈은 본래 아이들이 존경심을 담아 새해 인사를 올리면 어른들이 답례로 덕담과 함께 주던 것"이라며 "아이들은 세배의 목적을 돈벌기로 생각하는 대신 답례품으로 주는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주는 사람도 세뱃돈의 가치를 너무 올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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