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아니라 고통절..왜 연휴 때만 아프죠?'

CBS노컷뉴스 길소연 기자 2016. 2.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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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근본 원인부터 체크..우울증과 헷갈리지 말아야

#. 회사원 박윤경(38‧가명)씨는 "일하는 며느리라 시댁에 자주 못 간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만큼은 가서 '며느리 노릇' 제대로 하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며 "자주 못 가서 그런지 시댁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불편하다. 가사노동보다 연휴 동안 시댁서 지낼 시간이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 베테랑 주부도 예외는 없다. 목동에 사는 이순영(52)씨는 "주부들한테 명절은 '고통절'이나 다름없다. 음식준비부터 뒤처리까지 전부 여자 손을 거쳐야 하니 쉴 틈이 없다"며 "나이가 들면 일이 익숙해져서 좀 나을 줄 알았더니 이젠 몸이 고장 나서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민족 대명절 설 연휴가 시작됐다. 주말·대체휴일 포함해 최장 5일간의 연휴 동안 가족, 친지를 만날 생각에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바로 명절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 등 평소보다 몇 배 늘어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이다.

최근에는 주부가 아닌 남성, 취업준비생, 싱글족 등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명절 증후군을 겪는 주 대상은 주부들이다. 주부 약 91%가 명절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할 정도로 명절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문제는 명절 증후군이 이렇게나 보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척추관절, 근육통증 등 눈에 보이는 질환이나 고통 해소에만 적극적이지 근본원인이나 대처방안, 해소법에 대해서는 아직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 명절 증후군, 발생원인 파악과 대처방안 체크

실제로 거리에 나가 주부들에게 명절 증후군 극복방법에 대해 물으니 대부분 '일을 많이 하니깐 일을 분담해주면 낫다', '극복방법이란게 따로 있나 일 안 하고 쉬는 거지', '얼른 연휴가 끝나는 게 제일 좋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본인들도 정확한 대처방안을 모르고 있다는 소리다.

사실 가사노동으로 느낀 육체 피로나, 노동의 고통은 일을 안 하고 쉬면 금방 좋아진다. 하지만 시댁 가족과의 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시간이 간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은 "명절 전에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세대의 주부들이 주로 상담을 하러 많이 온다. 이분들은 가사노동의 압박보다 시댁 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시부모님과의 갈등, 관계의 두려움에 걱정이 앞서서 오신다"며 "명절이 끝나고 나면 연령층이 좀 있는, 40~50대 주부들이 찾아오는데 이분들은 그간의 갈등이 쌓이다 명절 연휴 동안 터져서 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사노동과 별개로 명절만 되면 이유 없이 아프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어지럼증에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갖가지 증상을 나타내는 모두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명기 소장은 "정신적 스트레스 원인이 뭔지, 갈등 관계의 원인부터 파악하고 풀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테면 시댁에 가기 싫은 이유가 남편이 꼴도 보기 싫고 남편 자체가 미운데 시댁 식구라고 보고 싶겠냐. 그런 경우엔 억지로 가서 일하면 아무 감정 없는 시댁 식구들도 미워지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등 관계가 생겼는데 명절 연휴에 가서 일까지 한다는 건 결국 시댁에 가서 악감정만 쌓이게 되는 꼴이니 이럴 땐 남편이랑 대화로 먼저 푸는 게 중요하다. 상황이 심각하면 시댁에 안 가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관계회복에서 둘만의 힘으로 힘들다면, 함께 상담을 함께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의 힘을 빌며 심리적 갈등, 정신적 스트레스 원인부터 파악하고 일을 풀어나가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무조건 가사노동만 안 한다고 해서 명절 증후군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우울증과 명절증후군의 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최명기 소장은 "간혹 상담하러 오는 분 중에 본인은 명절 증후군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상담하고 보면 우울증으로 밝혀지는 분이 꽤 있다"며 "원인과 진단에 따라 증상 치료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병명 간별을 전문가에 받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자기 집안일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댁에 가서 시댁 식구들과 접촉하고 가사노동을 한다는 건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격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늘 대화하고 불만도 토로하고 서운함도 표현하는 부부들도 명절 스트레스 앞에서 날카로워지기 쉬운데, 평소에는 대화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려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기 십상이다. 그러니 부부간에 서로 대화를 자주 하도록 노력하고 명절 기간에는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명절 동안 이뤄지는 주부들의 노동에는 보상이 따르는 게 좋다. 여기서 보상이란 굳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 '수고했다', '고생했다', '고맙다' 등의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를 뜻한다.

최 소장은 "상담 온 주부 중에 우리 남편은 그런 걸 잘 못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강제로라도 시키는 쪽이다"며 "우리말 중에 '엎드려 절 받기'라는 말이 있다. 강제든 어쨌든 절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때문에 표현을 잘 못하고 대화가 서툰 사람이라면 종이에 써서 따라 읽으라고 하는 등 표현을 유도하는게 중요하다. 그게 다 보상이고 마음의 위로"라고 전했다.

명절 증후군 스트레스 대처 방안
▲ 원인 분석
명절 갈등의 원인이 남편인지, 시부모님인지, 본인인지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게 필요하다. 대상에 따라 같이 상담을 받거나 대화법을 치료 등으로 관계회복이 우선시 한다.

▲ 노동의 보상
명절동안 주부들이 시댁에 가서 행하는 모든 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남편의 따뜻한 말, 위로와 격려의 말이다. 노동 분담도 좋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나중에 노동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좋다.

▲ 시댁(처가)에 머무는 기간 합의
남편이랑 아내가 시댁(처가)에 머무는 기간을 상의해서 합의하고 그 결정에 맞게 움직이는게 좋다. 길든 짧은 상의한 날짜에만 머물러야지 길어지거나 짧아지면 상대방은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급적 머무는 시간을 서로 합의하고 움직여라,

▲ 우울증 진단
평소 우울증이 있거나 감정기복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리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체크하는 게 좋다. 혹시라도 우울증이 있다면 심각성에 따라 시댁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증이 심한데 무리해서 시댁이나 친척집 방문을 감행하면 결국은 서로 힘들게 할 뿐이다.
※ 도움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 (정신과전문의 / 저서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CBS노컷뉴스 길소연 기자] sinkiruh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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