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설 명절 앞두고 '고용불안' 선물"

신문웅 2016. 2. 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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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입찰 관련 협의 중인데, 설 연휴 시작되는 5일 오후 용역 입찰 공고 내

[오마이뉴스 글:신문웅, 편집:박혜경]

▲ 정부 지시도 어기는 한국서부발전(주) 2011년 감사원이 김사를 통해 2018년에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도록 감사 완결 처분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서부발전이 2년을 앞당겨 입찰을 공고했다.
ⓒ 신문웅
 20년 일한 직장을 떠날 수 없다며 태안화력 정문앞에서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원들.
ⓒ 신문웅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이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로드맵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 신문웅
"온 가족들과 만나서 정담을 나누어야 하는 이번 명절이 시작되는 시간에 한국서부발전(사장 조인국)이 저희 가정과 태안군민들에게 최악의 선물을 주었네요. 명절 보너스라도 들고 집에 들어서야 하는데 '고용불안'이라는 최악의 선물을 안고 퇴근하고는 아내를 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설 명절이 시작되어 모처럼 처갓집에 있는 기자에게 오늘(6일) 오전 11시경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의 하청 업체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에서 근무하는 이아무개(44)씨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설 명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막 시작하려고 한 순간이었지만, 이씨의 울분 섞인 목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급히 약속을 잡고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밤새 아내와 울고 동료들과 울분 섞인 술자리를 가진 탓에 몹시 지쳐있었다.

"남들은 모두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을 시작하는 퇴근 시간인 어제(5일) 오후 5시가 넘어 한국서부발전이 홈페이지에 '태안 1~4호기 석탄취급설비 위탁운전용역'을 공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표시 안 내고  집에 들어서는데, 아내가 직원 부인들끼리 연락을 해서 알았는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제 우리 태안을 떠나야 하는 거야' 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안아주는데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

말 그대로 한국서부발전이 이씨를 비롯한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에게 최악의 설 명절 선물인 '고용불안'을 준 것이다.

"경쟁 입찰, 로드맵대로 2018년에 해야" vs. "올해부터 단계적 시행 필요"

이씨를 비롯한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은 지난달 11일 가족모임의 서부발전 본사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매일 서부발전 본사, 사택 앞, 태안군청 입구, 태안터미널 입구, 태안화력 입구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발전5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1단계 경쟁로드맵에 나온대로 2017년 중간 평가이후 2018년부터 석탄취급설비 운전 및 정비 업무에 대한 경쟁 입찰의 단계적 시행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관련 기사 : "20년 일했는데", 태안 발전소 노동자들 쫓겨날 위기)

이에 반해 한국서부발전은 로드맵대로 경쟁입찰을 2018년 100% 시행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어 2016년부터 30%씩 단계적 시행을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태안화력 1-8호기에 대한 용역 입찰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서부발전의 추진에 대해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은 용역의 도입으로 인해 태안·서산지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로드맵 준수와 완전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이후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은 매일 시위를 이어가며 각계에 호소했다. 이후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김제식 국회의원이 한국서부발전(주) 조인국 사장과 면담을 통해 일정 정도 양측이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등 대화 국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5일 오후 5시가 넘어 한국서부발전(주)이 본사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태안 1~4호기 석탄취급설비 위탁운전용역'을 공고하고 오는 3월 17일 최종 낙찰 업체를 선정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다.

설 명절 '고용불안'이라는 최악의 선물을 받은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은 긴급회의를 통해 설 명절 전 '태안화력발전소 경쟁입찰 로드맵 준수 및 근로자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받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김제식 국회의원을 만나,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입찰공고를 낸 한국서부발전(주)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며 도움을 요청한 상태이다.

이씨는 "만약 입찰 공고대로 된다면 태안사람들 50여 명이 이에 해당된다며 딸린 가족을 합하면 200여 명에게 최악의 슬픈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부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면 20년 가까이 일한 터전에서 350여 명이 하나둘씩 밀려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씨는 "2017년 중간 평가이후 2018년 경쟁입찰에 대한 로드맵이 준수되어야 하고 중간평가서에 고용보장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며 "한국서부발전이 지역민들의 고용 불안을 조장하면서 지역 상생발전과 동반성장을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한국서부발전(주)을 비롯한 발전 5개사가 2016년 3월~12월까지 중간평가 용역을 발주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입찰을 서두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서부발전(주)은 태안군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개경쟁입찰로 신규업체 계약시 기존업체 정비인력에 대한 '우선재고용 노력' 조항을 신설하여 지역거주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11일 태안군의회원들과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김제식 국회의원, 한상기 태안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서부발전(주)의 기습적인 입찰공고가 발생해 설 명절이후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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