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지지며 옛드라마 '줄시청'..방콕이 최고지

2016. 2. 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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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설 특집 TV 몰아보기 가이드

게티이미지뱅크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날인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항렬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친척에겐 다소 무례해도 된다고 믿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걱정을 빙자해 아픈 곳을 찌르는 날 아닌가. 고등학생에겐 수능 준비 잘되어가느냐 묻고, 대학생에겐 장학금 탈 수 있겠냐 묻고, 취업준비생에겐 이력서 잘 쓰고 있느냐 물으며, 직장인에겐 연봉이 얼마냐고 묻는 고통의 시간. 나이 앞자리가 3이 되는 순간부터 쏟아지는 결혼 안 하느냐는 지청구는 자연스레 ‘네가 살을 안 빼서’ 혹은 ‘네가 안 꾸미고 다녀서’ 좋은 짝을 못 만난다는 넘겨짚기로 이어진다. 마음 같아선 “돈 떼어먹고 달아났다는 사기꾼은 잡았느냐”라거나 “중국 증시 폭락했던데 차이나 펀드에 몰빵해 둔 퇴직금은 안녕하시냐”고 역공하고 싶지만, 오랜만에 모인 가족·친지들을 관중 삼아 멱살잡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참았던 순간이 당신에게도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한 당신에게 이번 설 연휴는 제법 길다. 주말과 대체 휴일을 포함해 총 5일간 이어지는 연휴 아닌가. 그간 못 잔 잠을 벌충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사흘째가 되면 자는 것도 지친다. 나가서 뭘 해보려고 해도 연휴를 맞아 텅 빈 도시에서 즐길 만한 것들은 많지 않다. 해서 문명의 이기인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귤을 까먹으며 즐기기 좋은 콘텐츠들을 골라보았다. 명절이면 으레 해주는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니 <외국인 노래자랑>같은 것들에 물렸다면, 인터넷티브이(IPTV)와 주문형 비디오,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5일을 버텨보자.

시간 없어 못봤던 명작 콘텐츠
한번에 섭렵할 ‘절호의 기회’

푹, 과거 지상파 인기작 가득
‘육룡이…’ 팬이라면 ‘용의 눈물’

넷플릭스, 한글 자막 함께 제공
‘셜록’ 마니아라면 미드 ‘엘리멘트리’

‘걸어서 세계속으로’ 유튜브 보며
방안에서 지구한바퀴 돌자

첫사랑
모래시계

■ 옛 지상파 드라마 마라톤 시청

인터넷·모바일 티브이 서비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엔 콘텐츠 경쟁력의 싸움인 탓에 회사마다 “우리는 <뽀롱뽀롱 뽀로로>독점 서비스한다”, “우리는 미국 에이치비오(HBO) 채널 드라마 독점 공급한다”를 놓고 경쟁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한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가 공동 출자해 만든 서비스 ‘푹’(pooq)은 선발주자에 비해 채널 수가 적은 대신 지상파 채널들을 독점 제공하는 중인데, 그 덕에 지상파 채널들의 과거 라이브러리에서 경쟁력 있을 만한 콘텐츠들을 선별해 서비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한국 방송 시청률 집계 사상 단일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65.8%를 기록한 <첫사랑>(1996·한국방송2)부터 시작해서 ‘귀가시계’라고 불리던 <모래시계>(1995·에스비에스), <전설의 고향 1996>(한국방송2), <질투>(1992·문화방송), 심지어는 <수사반장>(1971~1989·문화방송)의 1980년대 방영분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추억으로 아련해지는 드라마들이 주문형 비디오로 제공 중이다.

용의 눈물

<에스비에스>의 <육룡이 나르샤>(2015~)를 즐겁게 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한국방송1>의 <용의 눈물>(1996~1998)을 추천한다. 양녕대군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을 사기는 했으나, 정사와 야사를 아울러 꼼꼼히 고증해 낸 작품이란 평가를 받으며 여말선초를 그린 작품들 중 제일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걸작이다. 게다가 캐스팅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고 김무생의 태조 이성계나, 유동근의 태종 이방원, 고 김흥기의 정도전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같은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후배 배우들을 악몽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통 사극이니 <육룡이 나르샤>의 날렵한 호흡과 화려한 무협 액션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으나, 한번 보기 시작하면 도저히 시청을 멈추기 어려운 흡인력을 지닌 작품이니 놓치지 말자.

커피프린스 1호점

<티브이엔>의 <치즈 인 더 트랩>(2016)에 열광하는 당신이라면 연출을 맡은 이윤정 피디의 최고 히트작 <커피프린스 1호점>(2007·문화방송)을 추천한다. 소녀가장 고은찬(윤은혜)이 철없는 부잣집 아들 최한결(공유)이 운영하는 카페 ‘커피프린스’에 남장을 한 채 취직을 하며 생기는 일을 다룬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이윤정 피디의 강점인 성장 서사와 감성적인 연출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소재였던 남장여자를 다루는 태도나 서울 강북지역 골목길이 지닌 정취, 섬세하되 질척이지는 않는 감정 묘사 등은 지금 다시 봐도 발군이다. 최한성(이선균)이 전화로 한유주(채정안)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서, 아직도 시킨 적 없는데 잘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굳이 불러주겠다고 하는 남자친구에게 시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젠 커크먼

■ 넷플릭스가 열어젖힌 해외 콘텐츠

한국 드라마는 뻔하다고? 그렇다면 최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로 눈을 돌려보자. 그동안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스탠드업 코미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해외 콘텐츠들을 준수한 한글 자막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넷플릭스의 최대 장점이다. “명절 때 집에서 혼자 티브이나 보고! 그래 가지고 어디 좋은 짝이나 만날 수 있겠니?” 하는 잔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당신이라면 젠 커크먼의 스탠드업 코미디 <젠 커크먼: 난 솔로로 죽을 거야>(2015)를 보며 위안을 삼자. 부제가 “그래도 괜찮아”다. “이혼 전엔 커플들이 솔로들에게 얼마나 무례한지 미처 몰랐다”는 젠 커크먼은, 주는 것 없이 무례하게 구는 세상을 향해 독설을 날린다.

엘리멘트리

영국 드라마 <셜록>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게 고역인 당신이라면 같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원전으로 한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를 시도해볼 법하다. 조니 리 밀러와 루시 류를 각각 셜록 홈스와 조앤 왓슨(존이 아니다. 실사판 셜록 홈스 영상물 중 최초로 콤비의 성별을 남-남에서 남-여로 바꾼 각색이다.)으로 출연시킨 <엘리멘트리>는 차분한 호흡으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다. 왓슨이 홈스 못지않은 추리를 한다는 점이나, 미성숙하고 나약한 홈스의 내면이 성장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점은 <엘리멘트리>만의 매력이다. 게다가 왓슨이 아시아계라서 혹은 여자라서 무시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 세계관 설정은 스트레스 없이 보기에 적합하고, 많은 한국어 번역가들이 게으르게 반복하는 ‘남자가 반말을 해도 존댓말로 답하는 여자’ 같은 불쾌한 번역도 없으니 금상첨화다.

■ 안방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뉴스에선 명절을 맞아 고향엔 안 가고 해외 여행을 나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사뭇 한탄스레 전하곤 하지만, 그것도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다. 일 때문에,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인천공항은 고사하고 서울역도 갈 엄두를 못 내는 이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인 셈인데, 당신 또한 나처럼 그러하다면 유튜브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검색해보자. 안 가본 대륙 없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10년간 자리를 지킨 <한국방송1>여행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제작진이 지난 방송들을 주제별로 지역별로 분류해 무려 6000여개의 클립으로 쪼개 업로드 해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클립은 미국 뉴잉글랜드의 크랜베리 수확 영상. 밭 전체를 물에 잠기게 한 다음 물 위에 동동 뜬 크랜베리 열매를 농기계로 넝쿨에서 떼어내는 영상은 넋 놓고 보고 있기 딱 좋다. 시야를 가득 메운 붉은 크랜베리 열매가 출렁이는 광경이라니 신선놀음이 별건가. 몸은 방구석에 있어도 마음은 낯선 땅을 밟는 순간을 자신에게 선물해주자. 명절이라고 다른 건 못 해도 이 정도 가벼운 마음의 사치 정도는 부려줘도 괜찮다.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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