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미래 탐사②] "죽을 때까지 재산 못 줘"..노노(老老)상속 시대가 온다

이규연 입력 2016. 2. 6. 12:21 수정 2016. 2. 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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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그는 상당한 부를 축적했지만 이웃에겐 구두쇠로 통합니다. 하지만 이 구두쇠가 유일하게 헌신적으로 돈을 쓰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지극히 사랑하는 두 딸입니다.

하지만 영감이 세상을 떠나는 날, 딸들은 헌신을 배신으로 갚습니다. 임종에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고리오 영감은 후회하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만일 내가 여전히 부자였고 재산을 거머쥐고 있었고
그것을 자식에게 주지 않았다면, 딸들은 여기 와 있을 테지.
그 애들은 키스로 내 뺨을 핥았을 거야."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가 쓴 작품 <고리오 영감>의 내용입니다. 180년 전에 나온 장편소설입니다. 당시 이 소설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극단적이고 삭막한 상황을 설정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고리오 영감 같은 분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자신을 부양해줄 것이라고 믿고 재산을 내주었는데 정작 자식은 부양을 외면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재산 줬으니 부양하라" vs "길어진 노후, 어떻게 부양하나" 수명 연장의 여파…'불효소송' 이후 찾아올 잿빛 미래

지난 2월 5일에 방영된 JTBC 탐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불붙는 불효소송- 가시고기의 눈물'을 내보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취재하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가시고기처럼 자신의 ‘살’까지 떼어내 자식을 보살폈는데, 자식은 거칠게 부모를 외면하는 사례를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분했는지,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재산을 물려준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나 재산 반환을 요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부양료 소송건수는 2002년 68건에서 2014년 26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습니다. 불효자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 불효소송이 급증한 것일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속 및 가족소송 전문가인 임채웅 변호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평균수명 연장'을 꼽더군요.

알다시피,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세에서 2014년 82세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40년 사이에 무려 20년이 증가한 겁니다.

자식 세대에서 보면, 아무리 다소의 재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늘어난 부모 세대를 수 십 년 간 부양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부모가 치매나 희귀난치병에 걸린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는 겁니다.

당장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통계를 볼까요.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2010년 13조원 대에서 2014년 19조원 대로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지요. 효도하리라, 부양에 줄리라 믿고 재산을 넘겼는데 외면하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자, 생존의 위협일 테니까요.

불효소송이 사회문제가 될수록 점점 부모들은 죽을 때까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취재 도중 만난 어르신 가운데 상당수는 재산의 과다와 무관하게, 죽을 때까지 재산을 증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와 관련, 임채웅 변호사가 흥미로운 표현을 쓰더군요.

바로, '노노(老老)상속'입니다.

일본사회에서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일본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증여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조어(造語)입니다. 평균 90세의 노인이 죽기 직전, 또는 죽은 뒤 자식인 70세 노인에게 재산을 넘겨준다는 겁니다.

'노노상속'은 일본사회에서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이 계속 재산을 거머쥐면서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고, 세대 간 경제적 불균형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번지고 있는 불효소송의 미래는 '노노상속'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세대 간 평화는 유지하면서, 어르신들의 부양은 보장하면서, 경제도 살릴 방법은 없을까요. 기성세대가 쌓은 재산이 좀 더 기부나 자선으로 이어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최근 불붙는 불효소송의 미래를 상상하며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규연 JTBC 탐사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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