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100% 합격'의 그늘..로스쿨 졸업시험 편법논란

유동주 기자 2016. 2. 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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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합격률 경쟁 속 졸업사정은 교수맘대로"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 "합격률 경쟁 속 졸업사정은 교수맘대로"]

◇더엘(the L)/'변호사시험 100% 합격'의 그늘…로스쿨 졸업시험 편법논란◇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시행될 변호사시험 출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한 로스쿨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업복귀와 변호사시험 응시를 호소했다. 2015.12.16/사진=뉴스1

신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3개월 당원정지라는 중징계의 원인이 된 '로스쿨 졸업시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신기남 의원 아들의 지도교수인 소재선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신 의원에 대한 더민주당 징계절차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동시에 졸업시험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로스쿨판 '내부고발'…도입의도 불순했던 졸업시험

소 교수는 "묵묵히 학자로서 한 평생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학교에 소속된 교수로서 학교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내부 사안을 고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졸업시험 폐해를 공개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로스쿨 졸업시험이 근본적으로 여러 문제를 갖고 있어 학부형들이 면담과 항의를 하는 게 오히려 정당한 것이라는 게 소 교수 주장의 요지다.

소 교수에 따르면 졸업시험은 로스쿨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경쟁에서 비롯돼 학교가 임의로 변시 불합격이 예상되는 학생을 유급시켜 변시를 못 보게 하는 편법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100%' 등 로스쿨 홍보용 자료를 얻기 위해 학생들의 희생을 부당하게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 아들 탈락이 계기가 됐지만 경희대가 이번 논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졸업시험을 2011년 처음 도입한 학교가 바로 경희대다. 게다가 경희대는 시행초기 탈락학생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하기도 했다. 1기 학생들이 입학하던 2009년 로스쿨 개원시에는 졸업시험이라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의 '권리남용'이자 '신의칙 위반'이라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소송은 학교의 자율권이 인정받으면서 학생들이 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졸업시험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로스쿨 커뮤니티에선 졸업시험 관련 민원이 많을 수 밖에 없던 경희대에서 사건이 터진 게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락가락' 커트라인과 '자의적' 졸업사정

경희대가 시작했던 졸업시험은 다른 학교들로 퍼졌다. 특히 경희대가 1회 변호사시험에서 '응시자대비 100% 합격률'을 기록해 언론 등에 홍보하면서 성공한 것으로 비쳐지자 관망하던 학교들도 앞다퉈 도입했다. 경희대는 입학정원 60명 중 10명 적은 50명만 1회 변시를 봤고 이들이 모두 합격했다. 대외적으로는 '입학정원'이 아니라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홍보하기 때문에 각 학교들도 이 방법을 따랐다.

대부분의 로스쿨에선 모의시험이나 자체 시험점수로 졸업사정을 하고 있다. '커트라인'은 숫자로 제시돼 일견 객관적 잣대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매년 학교의 판단에 의해 커트라인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학생들은 자신의 합격여부를 전적으로 교수진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신 의원 아들도 경희대가 커트라인을 상향조정하면서 생긴 일이다. 소 교수에 따르면 학교가 사전 공지됐던 점수를 무시하고 시험종료 후 커트라인을 올리면서 신 의원 아들 등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 케이스가 여러 명 생겼다.

전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도교수들까지 학교당국에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지만 경희대는 커트라인 상향조치를 유지했다. 신 의원 아들을 비롯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한 학생들을 구제하지 않았다.

소 교수는 "지도교수 입장에서 신 의원의 원장면담을 강하게 권유했는데 면담 소문을 들은 모 교수가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소문을 알려준 것"이라며 "신 의원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로 올려주겠다'고 했다는 등 왜곡된 소문이 기자에게 잘못 전해져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학생 생사여탈권 쥔 로스쿨교수 '갑중의 갑'

일부 학교에서는 편법도 등장했다. 변시가 치러지는 1월까지 졸업시험 사정을 마치지 않는 방법이다. 변시가 끝난 이후 사정결과를 발표하면 변시를 만족스럽게 치르지 못한 졸업시험 탈락 학생들의 반발이 작을 수 있다. 아울러 모든 졸업예정자들에게 변시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 된다.

한편 탈락자들도 자진해서 변호사시험 원서접수를 철회하지 않으면 변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학교와 법무부에서 이를 막기 위해 설득·회유하는 등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만에 하나 졸시 탈락자가 변시를 그대로 치르고 합격권에 드는 경우 학교나 법무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5번 치러진 졸업시험은 로스쿨 제도하에서 '갑중의 갑'이 된 교수들이 학생들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소재선 교수도 신 의원 사건의 진실은 '신 의원'의 갑질이 아니라 '학교측'이 갑질한 것이라 지적했다.

◇왜곡된 졸업시험…졸업사정은 교수맘대로

따라서 학교별 임의 잣대로 학생의 졸업여부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를 막지 못한다는 게 로스쿨의 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 측에서는 입학과정에서의 '불투명성'과 더불어 졸업사정의 '임의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교수진이 합격자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선 로비나 청탁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신 의원 사건에서 중진 국회의원의 면담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사정이 객관적이었다는 로스쿨측 자위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 의원 사건이 사실여부와 관련없이 논란이 크게 확대된 과정엔 바로 로스쿨 졸업사정의 문제점이 그대로 반영됐다. 여론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교수들 마음대로 졸업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투명성과 임의성이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로스쿨은 매년 졸업시즌마다 같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졸업사정위원회' 형식의 교수회의에서 한 두명의 교수에 의해 최종 졸업여부가 달라지는 등 '주관요소'가 다분히 개입가능한 학교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선 졸업을 둘러싸고 탈락 학생들의 반발과 악성 소문이 퍼지는 등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로스쿨 자율권 남용수단 '졸시 통제', 포기해야

한편 앞으로는 졸업시험 통제로 합격률을 올리려는 학교들의 편법이 의미 없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희대 로스쿨 학생들도 지난해 11월 학교에 제출한 문건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로 바뀌었고 변시 실질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최대한 많은 졸업생을 응시하게 하는 게 학교로서는 유리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격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합격률 경쟁은 무의미 하다는 얘기다.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시험 커트라인을 낮추거나 서약서 제출을 통해 변호사시험을 최대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졸업사정방식을 바꾸고 있다. .
다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경희대처럼 오히려 커트라인을 올려 합격률을 경쟁 로스쿨들보다 높게 유지하려는 학교도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로스쿨 평교수협의회 주최 '로스쿨체제 개혁과제' 토론회에서도 졸업시험 문제가 거론됐다.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학칙에는 졸업논문이 우선이고 졸업시험은 선택사항일 뿐인데 졸업논문을 통한 방법은 아예 열어놓지도 않고 졸업시험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일반 대학원과 달리 전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대학원에서 학교 권한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변호사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각 학교와 교수들에게 사실상 '변호사배출권'을 맡겨 놓은 현 상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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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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