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지 르포] "대대로 살아온 고향 떠나야 한다니.. "

현봉철 기자 2016.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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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초기 당혹감 가라앉고 냉정한 대응 준비 설 명절 가족과의 대화..기대·우려 엇갈려
제주 용눈이오름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News1

(제주=뉴스1) 현봉철 기자 = 제주 탐라국 건국신화에서 삼신인(三神人)이 혼례를 치른 혼인지가 있는 마을.

제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성산일출봉이 있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은 5일 너무나 평온했다.

폭설과 한파가 지나가고 봄날씨를 연상케하는 날씨 속에 마을 주민들은 설 명절 이전에 밀린 농사일을 하느라 바쁜 일손을 놀렸고, 관광객들은 제주의 풍광을 만끽하고 있었다.

3개월 전부터 마을을 감싸고 있던 충격과 분노는 간간히 보이는 현수막 등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10일 성산읍 일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로 성산읍 일대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농협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요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2015.12.7/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국토부가 주민이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인 마을이 두 동강 나고 대한민국에서 없어질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성산읍의 한 주민은 제2공항 건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제2공항 예정지의 76%가 포함된 성산읍 온평리의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호소했다.

한편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국책사업으로 이뤄지는 제2공항 건설이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마을을 위한 보상과 대책이 마련되고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오전 성산읍 지역주민들이 제주 제2공항 인프라 확충 지역주민 설명회'가 열릴 성산읍사무소 강당을 점거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항의 받는 윈희룡 제주도지사.015.1.7/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도는 지난달 13일부터 성산읍사무소에 공항확충지원본부 특별지원사무소를 개소하고 마을주민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무제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주간 148명의 주민이 찾아와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 이주 문제, 소음 문제, 보상 절차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상담이 이뤄졌다. 또 전화 문의와 직원들이 마을주민들이 요청하는 곳을 직접 찾는 출장 상담도 수시로 이뤄졌다.

김완철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 주무관은 “주민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바라고 있는지 듣는 것이 우선이고 하반기에는 세무사·법무사·변호사 등 전문가들과의 상담도 준비하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설 명절 당일인 8일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이 운영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주민들과 무제한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계획과 입장을 명확히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현은찬 성산읍 온평리장은 “정부가 정확한 계획을 밝히고 마을주민들과 대화에 나서야 대응할 수 있지 지금은 반대하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대응할 것은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 연휴를 맞아 타지에서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도 가족을 만나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마을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한 주민은 “이번 설에 서울에서 사는 아들내외가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볼 생각”이라며 “평생 농사짓던 사람이 다른 곳에 가서 무엇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자식들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찬성과 반대, 기대와 우려 등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는 성산읍에는 내일도 제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뜬다.

h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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