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 한달' 넷플릭스 올해 전망?..'티빙' 보면 안다

김유성 입력 2016.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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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N스크린 시장 뛰어들었던 티빙, 지금은 초라한 모습방송 시장 저가화, 불법다운로드 등 시장 걸림돌 넘지 못해미국 성공 넷플릭스, 韓 시장에서 '단기 성과' 기대하기 무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달 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넷플릭스의 진출을 놓고 한국 방송 업계는 호들갑을 떨었다. 전세계적인 VOD 공급망에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까지 갖춘 공룡의 출현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넷플릭스를 꿈꿨던 서비스가 있다. 바로 티빙이다. 카카오톡이 대중화되던 시점인 2010년 티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CJ헬로비전이 서비스한 티빙은 넷플릭스에는 없던 지상파·케이블 실시간 방송까지 제공했다.

◇티빙, 한국 N스크린 시장 선도했지만…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PC,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통해 티빙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영상을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티빙은 진정한 N스크린 서비스로 꼽혔다.

티빙 홍보 이미지

더욱이 티빙은 자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계열 회사를 두고 있었다. tvN 등 여러 케이블채널을 운영하며 자체 예능·드라마를 만들던 CJ E&M(130960)이다. CJ E&M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슈퍼스타K 등 다량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케이블 채널 최고 시청률 기록도 CJ E&M이 갖고 있다.

N스크린 개념조차 없던 시절 티빙은 한국의 OTT(인터넷 기반 TV) 시장을 선도해갔다. PC와 스마트폰에서 TV를 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국내 사용자에는 새로웠다.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어 약 80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상륙한 한국 VOD 시장에서 지금의 티빙은 초라한 모습이다.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은 지난해말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는 CJ E&M의 방송과 VOD가 주축이다. 10만명 미만의 유료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내고도 서비스를 못받는 상태가 됐다.

동영상 콘텐츠 순위만 봐도 티빙은 정체 상태다.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 영상 앱 순이용자’ 순위에서 티빙은 19위를 차지했다. 월간 기준 순이용자 수는 45만명이었다. 하반기에는 46만명 가량이 왰지만 순위는 22위로 밀렸다.

대신 현대HCN(126560)의 무료 N스크린서비스 ‘에브리온TV’가 근소한 차이로 20위에 올랐다. 지상파콘텐츠연합의 N스크린서비스 ‘푹’은 17위가 됐다. 국내 N스크린 업계에서도 티빙은 뒤쳐지는 서비스가 됐다.

실적 면에서도 티빙은 과거 CJ헬로비전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분기 매출은 40억원대가 보통이었다. 서비스 시작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어본 적은 없었다.

◇티빙이 못넘은 韓 시장, 넷플릭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티빙의 상황을 예로 들며 넷플릭스의 성공이 불확실하다고 예단했다. 미국의 넷플릭스와 달리 한국의 티빙은 월간 기준 정액형 유료모델을 정착시키는데 실패했다.

티빙은 왜 넷플릭스처럼 성장하지 못했을까. 우선은 미국과 다른 한국 방송 시장의 특수성을 들 수 있다.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은 서로간의 가격 경쟁으로 제값을 못받고 있다.

IPTV는 모바일 상품과 결합돼 거의 공짜로 공급되고 있다. 케이블TV도 이들과 경쟁을 하면서 가격을 많이 낮춘 상태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한 달 몇천원, 디지털 가입자는 1만원 선에서 맴돌고 있다. 한달 기준 케이블 요금이 10만원에 가까운 미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넷플릭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던 부분도 바로 싼 가격이다. HD급 영상을 보는 스탠다드 요금이 월 9.99달러(약 1만2000원)다. 미국 케이블TV 요금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넷플릭스 캡처 화면
반면 한국에서 이 가격(9.99달러)은 경쟁력을 잃는다. VOD에 실시간 방송까지 볼 수 있다. 디지털케이블TV도 약정과 인터넷 결합을 하면 이 가격에 가입할 수 있다.

웹하드나 P2P(개인대개인)를 통한 불법다운로드가 활발한데다 동영상 사이트가 많은 점도 티빙의 성장을 막았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대체제가 많아 굳이 티빙에서 돈을 주고 볼 필요가 없었다”며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지만 시정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 가입자 기반 매출 상승은 부진한 가운데 콘텐츠 수급 비용은 갈수록 올라간다는 점도 티빙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전송료(CPS) 인상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들의 콘텐츠를 티빙에서 걷어냈다.

티빙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CJ E&M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일단 CJ E&M의 콘텐츠 전문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는 서비스 영역의 축소로 이어졌다. 티빙의 서비스 축소는 지난달 27일 있었던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참석 기자의 질문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콘텐츠 숫자마저 절대 부족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미 티빙이라는 극명한 예가 있다. 지금 당장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성공을 바라는 이도 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안착해 유료 VOD 시청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면서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 방송 현실이다”고 말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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