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은 옛말" 한복 찾는 고객 '뚝'..광장시장 한복거리 '울상'

윤준호|권혜민 기자|기자 2016. 2. 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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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사업체수 10년새 35% 감소, 2100명 일자리 잃어..정부 매해 20억씩 투자하지만 상인들은 '글쎄'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권혜민 기자] [한복 사업체수 10년새 35% 감소, 2100명 일자리 잃어…정부 매해 20억씩 투자하지만 상인들은 '글쎄']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한복거리'. 오가는 발길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권혜민 기자

"설 대목도 다 옛말이에요. 그냥 놀러나와서 커피나 마시는거지."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한복거리'는 오가는 발길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동안 이곳에 들른 손님은 젊은 남녀 한쌍뿐. 분주하고 시끌벅적한 '먹자골목'과 달리, 한복 상인들은 가만히 앉아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는 표정이었다. 광장시장에서 56년째 한복을 팔고 있다는 임모씨(76)는 "설이라고 한복 입는 건 옛말"이라며 "평일이나 주말이나 하루 한 벌 팔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복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전통시장 한복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팔리던 결혼 한복은 최근 예단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남은 수요자들도 백화점 내 브랜드 매장으로 등을 돌렸고, 여기에 인터넷 한복 쇼핑몰까지 등장해 시장 상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한복 사업체수는 2004년 4673개에서 2014년 3054개로 10년새 35%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관련 업계 종사자수는 6611명에서 4478명으로, 역시 3분의 1이 업계를 떠났다. 서울만 따지면 사업체수는 1110개에서 685개로 반토막이 났고, 상인 700여명이 사라졌다.

김사직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회장은 "한때 한복 사업의 메카로 불리던 광장시장 내 '한복거리'가 이제는 공실률만 30% 이상"이라며 "이곳 뿐만 아니라 동대문종합시장, 남대문시장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매년 예산을 투입해 '한복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014년 20억원, 지난해 21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한복분야 지원사업 명목으로 예산 24억원을 편성했다. 1997년 선포한 '10월 한복의날'은 올해로 20회를 맞는다. 광장시장을 관할하는 종로구청도 2013년 3월부터 매월 둘째주 화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정하고, 구청 6급 이상 직원은 의무적으로 한복을 입도록 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업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전통시장 한복 상인들은 "주변에 '한복의 날'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고, 구청 직원이 입는다고 따라 입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입을 모았다.

광장시장에서 30년째 한복 도매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50)는 "이미 뭘 하기엔 너무 늦었다. 사람(한복시장)이 쓰러지는 순간에 잡아줘야지 다 쓰러진 다음 다시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맹연곤 한복상인회장도 "국가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많이 추진하고 있지만 상인들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희망보다는 끝이 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한복 상인들이 참 많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민족대이동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2016.2.5/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백화점 한복 매장은 설 대목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그중에서도 아동용 한복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네살배기 아들에게 입히고자 아동 한복 매장을 방문했다는 주부 정모씨(33)는 "유아원에서 설날 행사를 하는데 한복을 준비해 오라길래 급히 퇴근 후 방문했다"며 "아이에게 입힐 옷이다 보니 어디가서 창피당하면 안 되겠다 싶어 백화점 브랜드 매장을 골랐다"고 밝혔다.

서울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아동용 프리미엄 한복은 가격대가 비싼 경우 140만원까지 한다"며 "고가임에도 젊은 엄마들, 손자손녀에게 사주려는 할머니들 발길이 늘어나면서 설을 맞아 평소보다 판매량이 15%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설까지 열흘간만 한복을 판매하는데 하루 평균 적어도 6~7개, 많은 경우 20개 이상도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한복 살리기'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 사이의 '온도 차'는 넘어야 할 산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책상 상인들 손에 직접 돈을 쥐어질 순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최근 한복에 대한 외국인 관심이 늘고 있음을 감안해 지역축제·해외홍보 등을 추진, 전통 한복 상인들에게도 도움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hiho@,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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